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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이지만 한글을 배우는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하청면 덕곡마을 경로당서
 어르신 한글교실 문 열어

 일흔 넘은 지역 어르신들
 배움 향한 열정만은 한가득

 마을이장·재능기부자 헌신이
 저무는 황혼에 새 빛 밝혀줘

 

아직은 쌀쌀한 3월의 어느 날, 하청면 덕곡마을 경로당이 배움의 열기로 가득 찼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한글을 배우려는 어르신들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넘쳤다. 경로당이라는 열악한 교육환경도 배움을 향한 어르신들의 열정을 가로막지 못했다.

지난 6일부터 매주 월·목요일 덕곡마을(이장 박재관) 경로당에서는 배움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 전직 국어교사였던 박정애 재능기부자와 전준원 보조교사가 평생 한글을 모르고 살아온 14명의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힘든 노동으로 어느새 울퉁불퉁해진 손마디 때문에 연필을 잡는 일조차 쉽지 않은 듯 했지만 공부방에 자리한 어르신들은 누구하나 불평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작은 설명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굵게 패인 주름살 아래 위치한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된 공부방은 ‘나’, ‘너’, ‘우리’를 소리 높여 외치는 어르신들의 하나 된 음성으로 채워졌다.   

어르신들이 공책에 글자를 적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힘겹게 한 글자를 적은 한 할머니는 “이게 맞냐, 이게 맞제”라며 보조교사에게 연신 질문을 했고, 또 다른 할머니는 “종이 아깝게 왜 자꾸 칸을 비우느냐”며 옆 할머니를 타박하기도 했다. 글자 한자를 써 나갈 때마다 할머니들의 수다도 점점 늘어만 갔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공부방은 예정된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수업시간이 끝날 때쯤 2명의 할머니가 공부방 문을 열었다. “이제 다 끝나간다”는 타박 아닌 타박에 머쓱해 하던 2명의 할머니들도 이내 자리를 잡고 수업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수업이 끝날 무렵 공부방은 모두가 어울려 함께 사진을 찍으며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즐거운 장면이 연출됐다.

윤모(78)할머니는 “부끄럽긴 하지만 배우는 게 너무 좋다”며 “다 같이 모여 배우니 즐겁다”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공부방에 책과 공책, 필기구를 제공한 박재관 이장은 “한글을 배우지 못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이 배움의 장을 마련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마을 이장으로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꼭 한글을 배우게 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재능기부자는 “일흔을 훌쩍 넘기신 어른신들이 한글 공부에 도전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며 “이장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노년의 어르신들에게 한 줄기 빛처럼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오히려 감사하다”고 전했다.한글 수업이 마무리되자 할머니들은 손 수 딸기를 씻어 고생한 선생들을 대접했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윤수지 기자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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