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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세상에, 첫 돌이라 꽃들고 찾아오다니요?”
사등면에서 태어나 지난 7일 첫 돌을 맞은 서은이네. 외할머니 박분덕(사진 왼쪽)씨의 품에서 자다 깬 서은이와 엄마 정제희(사진 오른쪽)씨가 사등면 삼총사에게 꽃다발과 편지를 받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초인종이 울렸다. 얼른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화사한 꽃다발에서 향긋한 꽃내음이 물씬 풍겼다. 꽃다발 뒤로 작은 편지를 손에 든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 좋은 미소는 덤이었다. 손 글씨로 정성껏 눌러 적은 글. 작은 편지 속에는 서은이의 첫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7년 7월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난 날 방문 한 서은이를 위해. 대통령을 2명이나 배출 한 자랑스러운 거제에 태어난 서은이의 첫 생일을 함께 축하합니다. 꿈과 희망을 항상 가슴에 품으면서 살고,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펼치는 아이.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소중히 다루며, 겸손과 경청이 몸에 배어 모범이 되며, 무엇보다 항상 웃음을 간직한 아이로 자랐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서은이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사등면사무소 직원 일동.’

올해 사등면에서 첫 돌을 맞이하는 아이는 186명. 이 아이들 가운데 매달 2명에게 탄생의 의미를 축복하는 작은 이벤트가 마련된다. 지난 3일

오후 정제희(여·34·사등면)씨는 집으로 걸려온 전화 한통을 받았다. 첫돌을 맞은 딸 서은이를 축하하기 위해 사등면사무소에서 방문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끊은 제희씨는 스팸전화를 의심했다. 바쁜 공무원이 아이의 첫 돌 축하를 위해 집을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선 듯 납득이 가지 않아서였다. 걸려온 전화번호를 검색해보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심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지난 7일 오후 2시. 하늘색 공무원 복을 입은 세 사람이 제희씨의 집을 방문했다. 왼쪽 가슴에 달린 이름표에는 사등면장이란 단어가 또렷했다. “에어컨을 안틀었더니 집이 좀 꿉꿉합니다.” 제희씨의 친정엄마인 박분덕(57)씨가 손님을 맞았다.

“딸이 외손녀와 잠시 나갔는데 조금 있으면 들어 올 겁니다. 면사무소에서 꽃과 편지를 준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직접 오시니 당황스럽긴 하네요.” 공봉은 사등면장과 김희정 민원재무담당, 박주일 주무관을 거실로 안내한 분덕씨가 급히 에어컨을 틀었다. “남편이 공무원을 하다 퇴직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남편이 공무원일 때에는 이런 이벤트는 듣도 보도 못했는데 서은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네요.” 거실에 손님들과 둘러앉은 분덕씨는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잠시 뒤 제희씨가 급히 집안으로 들어왔다. 서은이는 제희씨 품에 안겨 잠이든 채였다.“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데, 그날따라 서은이가 낮잠을 자고 있어 받았어요. 통화를 하고 난 뒤에도 ‘스팸전화인가?’ ‘왜 서은이한테?’라는 의문이 들어 아이 엄마들의 단체 카톡방에도 물어보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이야기를 했죠. 한 친구가 ‘사등면에 사는 아이들의 돌을 축하해주는 게 생겼다’는 말을 듣고서야 의심을 풀었어요.” 시간을 맞추지 못한 미안함 때문인지 제희씨의 말이 다소 빨라졌다.

“사등면에서 살고 계신 것, 또 이곳에서 서은이를 낳아 기르시는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저희가 직접 꽃을 사고 편지를 써 매달 방문하고 있습니다.” 제희씨의 마음을 알아 챈 듯 박 주무관이 먼저 설명에 나섰다. “누가 알아달라고 하는 홍보성으로 시작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저희 세 명이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직접 꽃집에서 꽃을 사고 편지를 써서 매달 2명의 아이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미소를 머금고 앉았던 김 담당도 얼른 거들었다.

공 면장도 이야기를 보탰다. “우리면에서는 매달 15명에서 20명 정도의 아이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모두 챙겨주려니 우리 세 명이 부담하는 금액이 너무 커져 어려웠죠. 할 수 없이 1년 전 출생신고 접수를 한 날짜를 기준으로 2명의 아이에게 꽃과 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의 설명을 들은 제희씨 가족은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서은이의 출생신고를 그렇게 빨리했는지, 1년 전을 되돌아보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제희씨 집 거실을 가득 채웠다. 

소박했던 만남을 뒤로 한 채 아파트를 나서는 사등면 삼총사에게 분덕씨가 말했다. “솔직히 안 해도 되는 일인데 이렇게 공무원들이 집까지 방문한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이왕 오셨으니 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는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면민들 만나며 오히려 힘을 얻습니다

첫 돌 축하 꽃다발과 손편지를 전달하고 있는 사등면 삼총사. 사진 왼쪽부터 김희정 계장, 공봉은 면장, 박주일 주무관.

사등면사무소(면장 공봉은)는 지난 3월부터 우리지역에서 태어나줘 고맙고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는 첫 돌 축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등면은 2016년 12월 31일 기준 6066세대, 1만5197명이 살고 있다. 출생신고는 2013년 101명, 2014년 173명, 2015년 200명, 2016년 186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첫 돌 축하편지와 장미꽃 전달 이벤트는 늘어나는 출생신고 숫자를 본 박주일 주무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거제시가 생일을 맞은 공무원들에게 케이크를 선물하는데서 착안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박 주무관은 “민원실에 근무하며 지역 경기 침체에도 아이들의 출생신고 접수가 늘어나는 면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웃음을 전해주고 싶었다”며 “사연을 받는 등의 방안으로는 매달 태어난 아이를 다 챙기지 못 해 아쉬웠다. 그래서 출생신고 접수 날짜가 가장 빠른 순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김희정 계장과 두 명이었는데 세 번째 이벤트부터 공봉은 면장님이 참여했다”며 “세 명이 방문 하니 삼총사 느낌도 나고, 면장님의 방문에 주민이 더 좋아한다.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주머니를 털고 있지만 기뻐하는 면민들의 모습에 세 사람 모두 힘을 얻는다”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윤수지 기자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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