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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한 죽기 직전까지 글 쓰고 싶어라”

상문동 김동근 도시환경계장
등단 5년 동안 다섯작품 출간
장편소설 ‘모켓불 왈츠’ 펴내
두 남녀의 험난한 인생 그려
우울증 앓으면서 글쓰기 시작
거제 배경으로 로맨스 집필 꿈

많은 사람들은 ‘현실과의 타협’이라는 이름 아래 꿈을 접고 살아간다. 하지만 ‘글쓰기’라는 자신의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직생활을 하며 틈틈이 글을 써 5년 동안 다섯 작품을 출간한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소설가, 그리고 공무원이라는 두 가지 얼굴로 독자 혹은 민원인들과 서로 다른 형식의 소통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상문동사무소에서 주민생활담당으로 근무하는 김동근 계장이다.

김 계장은 등단 후 ‘노거수’, ‘소년기의 끝자락에서 겪은 놀라운 경험’, ‘골프채를 든 원숭이’, ‘어느 몽상가의 곳간’을 출판한 데 이어 최근 장편소설 ‘모켓불 왈츠’를 펴냈다. 모켓불 왈츠는 유방암 말기와 우울증 불치선고를 받은 두 남녀의 교차되는 애증과 배신, 음모, 성공 뒤에 오는 좌절, 삶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고뇌 등 험난한 인생의 이야기를 구조라 바다를 배경으로 그렸다.

김 계장은 창작물에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많이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한 모켓불 왈츠에서도 자부심, 회의감, 자괴감을 동시에 겪게 한 공무원 생활에 대한 생각이 가미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작품 속에서는 공무원 생활에 대한 그의 생각이 가감 없이 묘사된다. 전직 시청 공무원이자 우울증 불치선고를 받은 남자주인공 ‘김해준’을 통해 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차라리 군대가 나았다. 사회에서 동기는 적이다. 자리 하나가 나면 그것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들개처럼 물고 뜯고 싸워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계였다. 아무런 욕심이 없는 데도 그들 앞에 잠재적 위협이라 생각하고 나를 매장하기에 혈안이 됐다. 시청은 거대한 투견장이나 다름없었다. 거대한 조직이 단숨에 한 인간을 집어삼킨 것이다.’-본문 중에서.

“어느 회사나 다 비슷하겠지만 공무원은 특히나 관료화된 조직이라 피로도가 상당했어요. 그중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 정치적인 라인을 잘 타는 사람들이 인정을 받는 것이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이었어요. 안 보이는 곳에서 고생하는 사람은 쉽게 잊혀져갔죠.”

작품 속 해준은 ‘죽고 싶다’, ‘죽어버리겠다’는 여주인공의 말에 극도로 거부반응을 보인다. 김 계장은 이것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1살 때 아버지를 떠나보냈을 때 처음 죽음이 주는 아픔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공허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일 거라고 생각해요. 죽음이 주는 더욱 슬픈 사실은 생물학적 단절보다는 한 사람이 세상으로부터 잊혀져가는 부분인 것 같아요. 누군가를 잃는 두려움에 대한 제 감정을 해준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김 계장이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흔히 말하는 ‘중년 남성 우울증’이 찾아왔을 때다. 가족 생계에 대한 사명감과 직장 내 치열한 경쟁의 부담감으로 인해 그는 고갈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처절하게 체험하며 무너졌다. 심지어 자살도 수차례 생각했다고 한다.

“나이 마흔이 가까워져 오자 어느 순간 제 인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어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아득하고 다가올 시간들을 내다보니 앞이 깜깜했지요. 그러다 보니 우울증이 찾아왔고 자살까지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진부하지만 ‘인생 한 번 사는 데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는 생각이 들었고, 더 늦기 전에 학창시절 꿈이었던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죠.”

다음 작품으로 10대 때 끼고 살았던 로맨스 소설을 거제를 배경 삼아 집필해보고 싶다는 김 계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출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국내여행을 통해 기행문을 쓰거나 거제지역의 문예지를 창간하는 것도 그의 계획 중 하나다. 힘든 시절 글쓰기를 통해 치유의 시간을 가진 김 계장에게 이제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닌 그의 인생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김 계장은 “최근 함께 일하는 여직원 동료로부터 ‘덕분에 목표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녀도 글을 쓰고 싶었지만 현실에 부딪혀 접어뒀다가, 공무원 생활과 함께 집필활동을 이어가는 제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퇴직 후 현란한 간판과 약삭빠른 상인이 판치지 않는,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고갱을 사로잡은 타이티나 헤밍웨이가 사랑한 쿠바처럼 조용하고 아름다운 바닷가의 작은 마을로 떠나 창작생활을 해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용기를 얻은 동료 여직원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싶다는 김 계장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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