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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축제는 끝난 것인가이금숙 칼럼위원

추석 명절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엔진소리가 꺼진 거제의 분위기는 초상집이다. 시청 앞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데모대의 행진곡 소리가 인근 사무실 전화벨 소리조차 들을 수 없을 만큼 넘쳐나고 사람들은 절박한 심정의 그들을 이해하면서도 도를 넘는 소음공해로 인해 하루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거제 통영지역의 조선소 관계자들은 이제 일손조차 놓고 작금의 현실에 불안해한다. 거제인구 중 세집 건너 한 집이 양대 조선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이고 보면 현재의 이 어두운 상황이 생활고와 직접 연관돼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두 동생이 양대 조선소에 근무하고 있는데 벌써 일감이 끊겨 먼저 다니는 회사는 아예 문을 닫았고 지금 다니는 회사도 주말 근무는 찾아보기 힘들어 월급도 보너스도 반 토막 난지가 오래란다. 그 어렵다던 IMF도 의연하게 넘긴 거제도가 십 수 년 만에 이런 상황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지역경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조선업이 이렇게 불황이니 경젠들 잘 돌아 갈 턱이 없다. 관내 협력업체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고 먹고 살기 힘든 근로자들은 슬슬 거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세확장을 하느라 은행문턱을 드나들던 업체대표들은 밤새 부도가 나고 문을 닫아 월급도 못 받고 거리로 나앉은 근로자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요즘 들어 관내조선소들이 수주 계약을 받는다고는 하나 2~3년 전부터 끊긴 물량 때문에 내년까지는 고비라고 한다. 얼마 전 조선소 한 관계자와 며칠간 해외로 나갈 일이 있었는데 그 사람을 통해서 어려운 거제지역 조선업의 현실을 많이 알게 됐다. 통탄할 노릇이고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화가 났다. 정부 돈을 얼마나 쏟아 부은 조선소인데 이 모양 이 꼴이라니….

앞으로 조선업도 이제는 반토막짜리 수주나, 눈앞의 수주전쟁에 목매달 것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경쟁력 대열에 참여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위에서부터 썩어 문드러진 병폐를 잘라내고 조선소 근로자들도 자신들의 요구사항만 관철할 것이 아니라 노사가 함께 사는 상생의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절박함을 진지하게 느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정부도, 경영자도, 근로자도, 지역민도 모두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며칠 전 경남대 최고경영자 모임이 있어 갔더니 협력업체 사장님도, 직영근무자도, 업체 근무자도 모두가 이번 추석을 어찌 나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대안이 없는 상황이 두렵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열흘간의 긴 연휴도 고역이고 “대목은 무슨 대목이냐”고 반문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 숨소리도 그냥 넘길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명절이 눈앞에 와도 “고향 갈 차비조차 없다”는 한 근로자의 짙은 푸념이 절망을 껴안고 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말 무엇이 문제였을까. 예전에 조선소 월급날이면 뒷골목 개들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던데 그런 축제 같은 봄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일할 곳이 없는 거제에는 텅 빈 공장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사드 때문에 여행객이 줄어든 여행사들도 지난 몇 달을 마이너스로 버텨냈다. 하기휴가 특수도 없어진지 오래고, 황금연휴라는 이 긴 연휴도 몇 팀을 제외하곤 여행을 포기 했다.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데 여행은 무슨 여행이냐는 것이다. 이번 추석명절이 직장을 잃은 가장에겐 너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이고 좌절의 시간이다. 인생의 황금기에 이제 더 잃을 것도 희망도 없어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냐는 한 지인의 작은 외침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불 꺼진 조선소에 언제쯤 다시 불이 켜 질라나.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임금 체불에 고향도 못가는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밀린 임금이라도 지급되어 우울한 추석이 아닌 희망을 노래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 견디면 다시금 좋은 시절이 올 거라는 믿음을 가져보자.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비결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언제든 우리들의 축제도 다시 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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