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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병원선’ 촬영 4개월여, 숨은 공신들의 이야기를 찾아서

거제를 배경으로 한 40부작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이 지난 9일 병원선 스페셜 2부 방영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각종 인프라가 부족한 섬에서 배를 타고 의료 활동을 펼치는 의사들이 섬마을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며 진심을 처방할 수 있는 진짜 의사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13%를 기록하며 지상파 수목드라마 동시간대 1위를 이어가는 등 승승장구했다. 수·목요일 안방극장을 책임진 병원선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거제의 아름다운 풍광이 브라운관을 수놓으며 시청자들은 물론 거제시민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거제 올로케이션 첫 드라마인 병원선. 이 때문에 장승포항과 저구항, 명사해수욕장 등 익숙한 지역 곳곳이 화면 속에 펼쳐질 때마다 “어디서 많이 보던 곳인데”라는 거제시민들의 혼잣말이 나왔음직도 하다. 아름다운 거제를 배경으로 4개월여의 촬영기간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드라마 병원선. 그 속에 숨겨져 있던 공신들의 이야기들을 꺼내 본다.

<편집자 주>

 

“이서원 손 대역 출연하며 손 관리와 제모까지 받았죠”

옥포 자향한의원 이상복 원장
드라마 의학자문팀으로 합류
양·한방협진촬영 기억에 남아

드라마 속에서 한의사 김재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서원. 한의사이니만큼 이서원은 드라마 속에서 당연히 침과 뜸을 놓았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침을 놓는 손은 이서원의 손이 아니었다. 옥포에 위치한 자향한의원 이상복(44·사진 오른쪽) 원장의 손이 이서원을 대신했다.
드라마에 현실감을 불어 넣을 의학자문팀으로 병원선에 합류한 이 원장은 이서원의 손 대역으로 출연하면서 뜻하지 않은 호사를 누렸다. 이 원장은 “비록 손뿐이지만 드라마 출연이 확정되면서 손 관리를 하게 됐다”며 “촬영 기간 동안 전문 샵에서 3번 정도 관리를 받았고, 제모도 2차례나 했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손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면 촬영 이후 특별한 편집 작업도 병행됐다고 한다. 20대의 긴 이서원의 손에 비해 40대인 이 원장의 손은 조금 짧고 통통한 편이어서 CG작업 은 필수였다고. 이 때문에 드라마 속 침을 놓는 이 원장의 손은 더욱 뽀얗고 가늘게 변모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는 “늘 보던 손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니 처음에는 어색했다”면서 “촬영 당시 이서원의 손과 최대한 비슷하게 보일 수 있도록 촬영팀들이 신경을 많이 쓴 데다 후반작업까지 더해져 전파를 탔다. 기술의 발전이 놀라울 정도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들쭉날쭉한 촬영 스케줄과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촬영현장은 이 원장에게도 고역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거의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강행군을 한다는 촬영팀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선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촬영 날짜 조정은 부지기수였고, 촬영 현장에선 2시간 정도의 기다림은 필수였다”면서도 “하지만 거제에서 촬영하는 드라마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모든 현실적 어려움을 날려버리는 밑바탕이 됐다”고 회상했다.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 덕분에 촬영현장이 더욱 힘들었다는 이 원장은 그 속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만났다고 전했다. 배우들의 팬클럽이 멀리 거제까지 보내온 밥차와 커피차량 등이 힘든 촬영현장에 청량제로 작용했다는 것. 이를 본 이 원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시원한 오미자차와 쌍화차 등을 한의원에서 다려 배우와 스텝들에게 돌렸다. 거제사람의 정과 함께.

병원선 촬영 당시 이 원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드라마 속에서 진행된 양·한방협진 촬영 때였다. 침술마취 촬영을 위해 이 원장은 서울자문팀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또 침술마취에 대한 논문과 각종 사례도 분석해 작가들과 대본을 검토했다. 철저한 고증으로 사실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양·한방협진 촬영은 대우병원에서 진행됐다. 이 원장은 드라마 연출자와 작가, 대우병원 이태석 부원장과 함께 수술 장면을 논의하며 머리를 맞댔다. 당연히 촬영 준비 시간도, 본 촬영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원장은 “양·한방협진 촬영은 밤 9시 정도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면서 “한의사 입장에서 보면 워낙 중요한 촬영이어서 의사들의 동선을 세세하게 체크하는 등 최대한 사실성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 이 원장은 배우와 스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이어지는 강행군으로 피곤이 쌓인 이들이 이 원장에게 침과 뜸 등을 놔달라고 부탁했고, 이 원장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원장의 손길을 거쳐 간 이들의 입소문이 촬영팀에 전해지면서 이 원장에게 침을 맞으려는 이들이 속속 생겨났다. 싫은 내색 없이 촬영팀을 대하는 이 원장의 태도에, 가뿐해진 몸 상태를 확인한 배우들의 칭찬이 더해지며 촬영장 주치의로 유명세를 치렀다. 이 원장은 “병원선이 방영되면서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의 질문공세도 계속됐다”고 귀띔했다.

촬영을 위해 거제 곳곳을 찾은 배우와 스텝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예쁘다’, ‘멋지다’를 연발하는 모습에 내심 뿌듯했었다는 이 원장은 거제를 배경으로 한 촬영이면 언제든 도울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거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참여요청이 온다면 당연히 참여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촬영 욕심보다는 거제도를 배경으로 빅 히트를 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정 계장, 오늘은 어디 안 나가나 보지요”

시 홍보미디어담당 정태진 계장
병원선 촬영 유치에 일등공신
제작진과 기 싸움에서도 승리
관광 활성화에 드라마 활용 첫발

“계장님 오늘은 어디 안 나가십니까?”
거제시 홍보미디어담당을 맡고 있는 정태진 계장이 최근 동료 공무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유종의 미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아름다운 거제의 풍광을 담은 병원선의 순항에는 정 계장이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정 계장은 “병원선 드라마가 끝나고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게 잠시 어색하기도 했다”며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정 계장은 촬영이 시작된 지난 4월부터 불철주야 현장에 나가 제작진과 시민들의 갈등을 풀어나가며 드라마 성공에 힘을 보탰다. 촬영지를 거제로 유치하는 데에서부터 병원선을 구하는 일, 촬영장소 협조, 민원 해소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정 계장은 “처음에는 너무 먼 거리 탓에 병원선 제작진 모두가 거제를 촬영지로 결정하는 것에 반대했다”면서 “특히 옹진군으로 드라마를 유치하기 위해 인천광역시가 뛰어들었을 때는 ‘우리 시가 광역자치단체를 넘을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거제가 촬영지로 선정됐지만, 그 후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현장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할 것들로 넘쳐났다. 촬영 중 병원선의 정박 장소로 통영의 강구안이 물망에 오르자 정 계장은 제작진들과 언성까지 높여가며 싸움 아닌 싸움을 벌였다. 정 계장의 강한 압박은 결국 저구항이 촬영지로 확정되는 성과로 귀결됐다. 정 계장은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병원선의 모항이 통영으로 결정되는 것은 거제의 홍보가 주 임무인 제게 용납될 수 없었다”며 “드라마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모항을 거제로 끌고 와야 했다”고 회상했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 정 계장은 고생이 헛되지 않음을 실감했다. 드라마가 중국과 일본에 방영되자 배우 하지원과 강민혁의 팬들이 직접 거제까지 찾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 중국에서는 드라마 실시간 조회수가 1억뷰를 넘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정 계장은 “실제 한 일본인 아주머니는 다섯 번이나 거제를 방문했다. 나중에는 직접 연락처를 주고받아 드라마 촬영과 거제에 대해 홍보도 했다”며 “고생하는 만큼 우리 거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된다는 마음을 갖고 마지막까지 원활한 촬영을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이 아주동에서 숙소를 구하고 지냈는데, 잠시나마 아주동 상권에 활력을 띄게 해줘 고맙다고 연락을 준 아주동민도 있었다”고 흐뭇해했다.

정 계장은 앞으로 드라마를 잘 활용해 거제 관광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남미 국가에서 드라마 방영이 시작됐고, 곧 북미에도 드라마가 방영될 예정”이라며 “드라마 속에 담긴 거제는 충분히 외국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거제를 찾는 관광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잘 준비하는 것이 남은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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