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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행복주기칼럼위원 이금숙

연말에 은행창구에서 가계부를 한 권 선물 받았다. 해마다 쓰는 가계부지만 한 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펴 놓고 보면 하지 말아야 할 지출들이 많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외나 할인매장에서 충동구매로 물건을 구입, 안사도 될 것들을 사놓고 후회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엊그제도 해외에 갔다가 필요한 물건만 산다고 했지만 돌아와서 보면 충동구매를 한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새해가 되어 가계부를 펼치며 제일 먼저 결심하는 것이 충동구매 근절이다. 그런데 이번 노트의 앞면에는 가계부라는 이름 대신 ‘행복주기’라는 표제가 붙어 있었다. 가계부를 쓰면서 무슨 행복을 주라는 건지 왜 이런 문구가 적혀있는지 보편적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구체적으로는 그 문구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며칠이 지나고 나는 가계부를 펼쳐서 꼼꼼하게 한해의 대소행사를 찾아 적었다. 부모님 제삿날, 지인들 생일, 동생 생일, 그리고 딸아이와 사위 생일까지 적고 나니 정작 내 생일날에는 표시를 해 놓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2018년 무술년은 황금 개띠 해란다. 무술생이니 올 해 나도 환갑이 된 셈이다. 흔히들 말하는 60년, 1갑자를 살아온 것이다. 옛날 같으면 환갑잔치다 뭐다 하며 이제까지 죽지 않고 살아온 삶을 가족 지인들이 축하해 줄 텐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네 인생은 칠십부터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 육십은 청춘이다’ 라고 외치는 것이다.

새해 들어 가계부에 적은 첫 지출은 병문안 꽃바구니 값이었다. 지인의 병문안에 꽃을 보며 미소라도 지으라고 가져간 꽃바구니였다. 병원에선 달갑잖게 생각하는 작은 꽃 하나가 환자의 미소로 화답해 올 때 “아하 이런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돈의 쓰임새에 따라 그 돈이 행복으로 갈 수도 불행으로 올 수도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2018년도 가계부 앞면에 적힌 대로 나의 첫 지출은 행복주기였다. 매일 쓰는 일기장 같은 가계부의 맨 윗자리에 올해는 하루에 한 번은 행복주기를 실천하는 지출란이 있었으면 한다. 돈은 씀씀이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지난해 아무리 자린고비로 살아도 경제적 여유는 별로 갖지 못했다. 어려운 경제사정도 한 몫을 했지만 남들처럼 명품을 좋아하거나 자동차를 굴리는 것도 아닌데 60평생 내 주변의 삶은 그저 평범함의 일상이었다. 하루 한 끼라도 누군가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한 잔의 커피를 사고 해외에 있는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매일 천 원을 모으는 작업을 올 해도 멈추지 말아야겠다.

능포에서 매일 아침 함께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는 언니 한 분은 노후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어려운 학생이나 학교 장학금으로 소득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고 했다. 신앙심이 두터운 그 언니의 모습은 항상 즐겁게 보였다. 기부하는 그 자체가 본인은 행복하단다.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조금씩 나눔의 삶을 실천할 때 세상이 아름답다고 했다. 그리고 틀에 얽매이지 않고 조금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었다. 손님들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보면 각자의 삶의 모습들을 그들의 행동, 몸짓, 씀씀이로 알 수가 있다. 여유가 있는 사람, 여유가 없는 사람은 아마도 급전적인 것과 비교 될 수밖에 없다. 들어오는 돈이던, 나가는 돈이던 하얀 여백의 공란에 꼬박꼬박 써야 하는 이 책 안에는 올 한해 내 삶의 시간들이 저축될 것이고 슬픔과 기쁨 추억도 갈무리 될 것이다.

새해의 시작은 첫 달부터고 하루의 시작은 아침부터라고 했다. 새로 한 살이 되어 무술년 새해를 시작하는 올 한 해는 하루에 한 번씩 행복을 퍼 나르고 행복을 주는 사람이고 싶은 게 내 작은 소망이다. 이수익의 시 한 편이 생각난다. ‘우리 모두 잊혀 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에 배려와 소통을 통해 행복을 주는 나 자신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언제나처럼 작심삼일에 그칠지라도 시작은 해보자는 생각이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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