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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른 발차기 한번 리드미컬한 호흡에도 배려와 전통의 숨결이

 

들녘에 부는 산들바람처럼 앞으로 뒤로 가볍게 리듬을 탄다. 나갈듯 말 듯 한 경쾌한 발걸음이 가볍다. ‘이크~ 에크~’하는 귀에 익은 구령과 함께 앞뒤, 양옆으로 가볍게 움직이는 수련생 2명의 몸동작은 전통춤을 추듯 율동미가 넘친다. 온몸은 힘을 뺀 듯 흐느적거리며 움직인다. 그러다 일순간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날렵한 발길질. 그에 맞춰 상체를 잽싸게 뒤로 젖혀 피해나가는 상대 선수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린다.

지난 1일 지역 유일의 택견전수관인 옥포택견전수관(관장 원재영)에는 민족 고유의 전통무예인 택견을 사랑하고 명맥을 이어가려는 수련생들의 열기가 넘실거렸다. 거친 숨을 내쉬는 수련생들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택견의 매력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택견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을 통해 전통무술 택견을 만났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택견의 매력에 푹
옥포택견전수관을 이끌고 있는 원재영 관장은 택견의 기본 중의 기본을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언뜻 위험해 보일 수 있는 겨루기 종목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지 않으면서 넘어뜨려 이기는 기본 경기방식에서 알 수 있듯이, 택견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에 치중하기보다는 상대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고 서로 배려하는 정신을 강조한다”며 “상대방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유일한 무술이 바로 우리나라 전통 무예인 택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택견전수관에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함께였다. 이날 수업에도 여성 수련생들이 남성보다 더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박채연(여·성지중 3년) 학생은 “운동을 시작하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는 태권도를 배워보려고 했었다”면서 “친구의 권유로 우연하게 택견을 시작한지 이제 4년이 됐는데, 여자가 배우기에도 무리가 없고 자세나 신체교정 같은 몸의 건강은 물론 정신까지 함께 건강해지게 된 것 같다”고 택견 예찬론을 펼쳤다. 채연 학생에게 택견을 추천한 허수민(여·성지중 3년) 학생도 “몸이 너무 말라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태권도, 검도도 다녀봤다. 하지만 운동이라기보다 그냥 노는 것 같았다”며 “다른 운동을 알아보던 중 기합을 크게 넣고 독특한 움직임이 멋있어 보이는 택견을 시작했는데 벌써 8년째가 됐다”고 말했다.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강한 폭발력
택견은 천천히 꿈틀거리고 비트는 유연하고 곡선적인 동작이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때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어떤 이는 택견이 춤인지 무술인지 궁금해 한다. 그러나 택견에 내재된 에너지는 엄청난 유연성과 힘으로 발휘되며, 심지어 치명적이기까지 하다고 원 관장은 강조했다. 그는 “몸을 실어 덩실거리는 택견은 부드러운 춤사위와 비슷해 보일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그 부드러움 속 택견의 발길질은 응축된 에너지의 폭발”이라고 정의했다.
부드러움 속에서 강함이 공존하는 무예가 바로 택견인 것이다. 그래서 숙련된 택견 전수자일수록 몸놀림은 마치 한 마리의 학같이 우아하고, 탄력적인 공격 기술은 매와 같이 빠르고 강력하다.

그렇다면 ‘이크, 에크’하는 기합은 무엇일까. 옛 조상들은 서로 농사일을 도울 때 ‘영차, 영차’ 혹은 ‘어엿~차’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서로간의 힘을 북돋았다. 택견에서도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서 힘의 조화를 잘 이뤄야만 힘이 덜 들고 쉽게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원 관장은 ‘이크’는 짧은 찰나에 큰 힘을 끌어낼 때, ‘에크’는 그 힘을 풀 때 내는 소리로써,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호흡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연우(옥포고 2년) 학생은 “처음 택견을 배우러 왔을 때는 택견의 몸동작과 기합이 생소해 어색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면서 “시간이 지나고 택견이라는 무술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니 옛 조상들의 생활이 그대로 묻어나는 택견 고유의 특징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무예 택견으로 역사를 알린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택견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택견은 삼국시대부터 행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택견은 마을 행사에서 풍물소리와 함께 잔치분위기 속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문화였다. 그러나 무예를 천하게 여기던 조선시대부터 쇠퇴하기 시작해 일제시대 때 민족 문화탄압 정책에 의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자칫 사라질 뻔했지만 선대 계승자들의 고군분투의 노력으로 맥을 이어가게 됐다.

현재 원 관장과 옥포택견전수관의 수련생들은 택견의 홍보와 함께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 위해 대외적으로도 노력을 쏟고 있다. 직접 택견시연단을 꾸려 경로잔치나 소외계층·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봉사 공연을 다닌다. 특히 역사적으로 아픔이 있는 날이나 장소에서 그 의미를 기억하고 되새기기 위한 공연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3.1절을 맞아 서대문형무소에서 의열단과 안중근 의사의 독립활동을 택견 플래시몹으로 선보였다. 또 광복절에는 독도에 입도해 택견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플래시몹에서 안중근 의사 역할을 맡았던 박범수(옥포고 3년) 학생은 “서대문형무소라는 역사적으로 아픔이 있는 장소에서 공연을 펼쳐 의미가 남달랐다”며 “공연이 끝나고 많은 관객들로부터 ‘뭉클했다’는 소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김승혁(20) 씨는 학생은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독도를 직접 두 발로 딛고, 우리 민족 고유의 무술인 택견 공연을 한 경험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택견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최근 개방된 청와대 사랑채에서의 택견 공연도 꿈꾸고 있다는 원 관장은 “단순히 택견만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역사의식을 함께 심어주고 싶다”고 밝은 미소를 보였다.

전통무예 사상 최초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그 밝은 미래를 믿으며
택견은 세계 전통무예 가운데 최초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중국의 태극권, 타이의 무에타이를 제치고 지난 2011년 가장 의미 있는 전통무예로 유네스코에 인정받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3년 중요무형문화재 76호로 지정된 자랑스러운 무술이다. 그러나 택견은 아직까지 전국체육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남아있다. 작년 충주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전체 46개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정식종목이 아닌 시범종목에 머물렀다.

하지만 태권도처럼 세계적 스포츠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그 날이 올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원 관장과 수련생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원 관장은 “문화와 유행은 돌고 돌듯이 요즘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힐링이나 휴식이라는 단어가 강조되고 있다”며 “정신적 안정과 여유를 갖고 배우는 택견이기 때문에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기가 꼭 올 것이라고 믿는다. 택견이 하루빨리 한민족을 대표하는 전통무예로 세계인들 앞에 당당히 서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강성용 기자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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