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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가정 친척

무술년 설날이 내일이니 오늘은 정유년 섣달그믐이다. 모두들 부모님과 일가친척이 계신 고향을 찾아 귀성길에 오르고 더러는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갔다. 그래서 도심은 조금 헐렁해졌다. 정부에서는 귀성객들의 편의를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한다고 했다. 교통소통을 원활히 하려는 목적이지만 부모형제를 찾아 효孝와 정情을 나누기를 권장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바빠진 것은 도로 교통만이 아니다. 손전화기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카톡, 카톡…쉴 새 없이 날아오는 문자로 숨이 가쁘다. 모두 안부를 전해오는 지인(知人)들의 소식이다. 컴퓨터의 멜 박스도 한가득 이다. 역시 지인들의 설날 메시지들이다. 추석과 설, 이렇게 한 해 두 번씩이라도 안부 문자를 보내며 인연(因緣)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가족과 가정, 일가친척, 그리고 폭넓은 지인들이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내 삶의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 마다 내 편이 돼 주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1998년 거제출신의 원로작가 손영목은 ‘친척’이라는 장편소설을 펴냈다. 1945년생인 그가 그때서야 무슨 철이 들었던지 가문의 친척들을 두루 찾아보는 여행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을 여행기의 형태로 엮었다.
그해 8월 어느 날, 그는 재종형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날은 음력 7월 보름으로 집안의 단체 성묘(省墓)를 하는 날이었다. 그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까지 집안의 단체 성묘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한 해 두 번씩 모이는 재종형제계(再從兄弟契)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터였다. 그는 이 전화 한통으로 그동안 친척에 대해 무심했던 것에 크게 충격을 받는다. 특히 “우리가 앞으로 서로 얼굴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하는 재종형의 말씀에 특별히 우애가 돈독했던 친척들 생각이 나서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목이 멘다. 더구나 당시는 국가경제의 파탄으로 그도 개인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 마음고생이 크던 때였다.
어려울 때 생각나는 것은 친척이었다. 그는 비로소 일가친척 분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보며 추억에 젖어든다. 그러다 ‘나에게 친척이란 과연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내걸고 이 기회에 친척들을 두루 만나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집을 떠난다.
친척 찾아보기를 마치고 그는 말한다. “누구든 친척을 한 번 찾아보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눈물겨울 정도로 반겨 맞아 줄 것입니다. 그리하여 단절되었던 관계를 복원하는 날, 당신은 잃은 줄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소중한 행복하나를 되찾았다고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 부모, 형제, 일가친척이란 그런 것이다. 내게 힘이 되고 울타리가 돼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항상 내 편이 돼주는 사람들이다. 언제라도 손을 내밀면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다. 물질이 아니면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이라도 진심을 다해 준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항상 내가 어려움에 처했어야 비로소 그들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고사 하나를 옮겨 본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 헌공은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쳐서 합병해 나가던 중 다음 차례로 괵(虢)나라를 쳐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괵 나라와 진 나라 사이에는 우(虞)나라가 자리 잡고 있었다. 괵 나라를 치기 위해서는 우 나라를 가로질러 가야 했다. 우 나라의 우공은 뇌물을 좋아하는 왕이었다. 뇌물을 받고 길을 열어주려고 했으나 한 신하가 반대하고 나섰다.
“괵 나라는 우리나라의 외곽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괵 나라가 망하면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속담에 이르기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와 괵 나라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진나라에 길을 열어 주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러나 우공은 이 말을 듣지 않고 뇌물을 받고 길을 열어주었다. 말리던 신하는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를 넘기지 못하겠구나” 이렇게 탄식하며 그날로 가족을 거느리고 우 나라를 벗어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의 예측대로 진나라는 괵 나라를 쳐 멸망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우 나라까지 쳐서 없애 버렸다.
나에게 부모형제와 가족은 입술과 같은 존재다. 아무리 단단한 치아라 할지라도 부드러운 입술이 감싸주지 않으면 결코 보호될 수 없는 것이다. 부모, 형제자매와 일가친척 이런 혈연관계의 사람들이 모두 나를 감싸서 보호해 주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부모에게는 항상 효를 다하고 형제자매와는 우애 있게 지내야 하며 일가친척이나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도 정을 나누며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가족과 가정이 소중한 것은 그것이 삶의 기본 단위이기 때문이며 이를 소중히 하는 것은 기본이 무너지면 인륜이 무너지고 인륜이 무너지면 사회가 허물어지고 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다르게 세워지는 가족, 손을 잡으면 가까워지고 손을 놓으면 가장 멀어지는 것이 가족이다. 자립적 인격체로 성장해 가는 터전이 가정이고 가족이다. 그리고 그 근본이 흐려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곳 또한 가정이고 가족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의 젊은이들은 가족 내부에서 벗어나 밖으로만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점점 실체를 잃고 역할도 변질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안타깝다.
그들은 명절 연휴가 되면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간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설, 추석이면 부모형제가 있는 고향으로 간다. 가족들이 어울려 정담을 나누고 조상을 기리며 차례를 지내고 친척을 찾아 인사를 드린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습이다.
이번 설날을 계기로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관계가 복원되고 기본이 온전한 사회로 성장발전 되기를 기대해 본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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