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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궁한 배움으로 넘쳐나는 교과서입니다”

문동동 장병섭씨, 50대에 배낭여행
생각·견문 넓히며 인생의 참맛 느껴
70여개국 둘러보며 여행기 7권 집필
평생의 꿈 펼쳐보며 인생 2막 전개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노인인구가 14%를 넘어, 이른바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는 본격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국가의 성장과 가족의 부양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5~60대 중년남성 세대들은 은퇴 이후의 삶을 제대로 계획하고 있지 못하다가 갑작스런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

문동동에 살고 있는 장병섭(64)씨 또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퇴직 후에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훗날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일이 무엇일까를 깊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평생을 간직한 꿈을 현실로 펼쳐보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어릴 적 라디오를 들으며 꿈꿔왔던 자신만의 세계여행이었다.

장씨는 “온 세상이 배움으로 넘쳐나는 교과서다. 주변에서는 편하게 패키지여행을 가면 되지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걱정스럽게 질문하지만, 배낭을 둘러매고 뛰어든 세상 속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과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라며 “늘 고생을 동반하지만, 한 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배낭여행에서만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라디오서 흘러나온 ‘세계일주’ 이야기에 푹

초등학생이던 장씨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라디오 앞으로 후다닥 달려가 귀를 기울였다. 해외여행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여행가 ‘김찬삼’ 선생이 본인의 세계일주 여행담을 풀어놓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서였다.

장씨는 “세계일주 이야기를 어찌나 재미있게 하던지,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선생의 세계일주 이야기에 매료된 어린 장씨는 작은 방 한 켠에서 세계를 여행하는 본인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배낭을 메고 세계 곳곳을 누렸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꼭 세계여행을 해야지’라는 꿈을 키웠다.

그러나 삶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느덧 세월은 훌쩍 흘러 50대 중반에 이르러 있었다. 숨 가쁘게 인생 여정을 달려온 대부분의 중년 남성이 그렇듯 장씨 또한 자신의 지난날과 삶을 되돌아보며 상념에 빠졌다.

그는 “오십 평생 제대로 쉬거나 놀아본 기억도 없이 죽어라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앞으로 남은 내 삶은 소중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더 나이 들어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인생 2막을 여행으로 채우기로 결정한 장씨. 그는 2010년 6월, 어릴 적 상상 속 본인의 모습마냥 배낭을 짊어진 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고 첫 여행을 떠났다.

긴 여정의 첫발, 시베리아 횡단철도

장씨는 “처음에는 편한 곳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니 어려운 곳부터 먼저 여행하기로 택했다”며 “많은 고난과 역경이 따르고, 50대 후반의 나이에 다소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지만,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횡단열차를 타고 몽골, 중국을 거쳐 돌아오는 유라시아 탐방여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철도코스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구간은 9300km에 이른다. 그 사이 850여개의 기차역을 지나고, 시간대는 무려 7번이나 바뀐다. 열차를 타는 동안에는 제대로 씻는 것은 사치다. 특히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7박 8일을 꼬박 달리는 여정은 체력 팔팔한 젊은 사람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장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고개를 내젓는다.

그는 “‘내가 왜 이런 고행을 택했을까’ 할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늘 떠나온 이유를 되새겼다. 첫째는 살면서 한 번은 반드시 도전해볼만 한 가치 있는 일, 둘째는 내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대한 실험이었다”며 “여행을 마친 뒤 힘들다고 포기하고, 좌절하는 삶이 아니라 어떤 역경과 고난이 와도 묵묵히 내 길을 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육체적 고통·정신적 피로감도 도전정신으로 무마

첫 여행에서 돌아온 뒤 지금까지 매년 한 번씩 배낭을 메고 여행길에 오르는 장씨지만 낯선 외국 땅을 여행하는 것은 늘 낭만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피로감도 따른다. 그에게도 여행을 하면서 힘들고 위험한 순간이 적지 않았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관광 명소인 붉은광장에서는 체격 좋은 러시아인 세 명이 장씨에게 말을 걸며 접근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서면 더욱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릴까 두려워 장장 두 시간을 사람이 많은 광장을 돌며 그들을 떼어냈다. 태연한 척했지만 등골에는 진땀이 흘러내렸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는 본인의 동네를 가이드해주겠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낯선 곳으로 향했다가, 길을 잃고 어두운 저녁이 돼서야 돈을 주고 부랴부랴 빠져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씨는 늘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세상은 배움으로 넘쳐나는 교과서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가 혼자 하는 배낭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자신의 인생과 가족의 소중함, 긍정적인 사고와 도전정신이다. 여행지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려 하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고, 무엇이든 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다보니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

장씨는 “세상은 넓고 볼 것도 많다.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인데, 무섭더라도 떠나는 도전을 해보는 게 좋다”며 “좁은 공간에 오래 머물다 보면 결국 시야가 좁아져 답답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가끔은 넓은 세상에 선 본인을 마주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견문을 넓혀야 더 깊고 진한 인생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위한 최고의 수단은 여행이다”고 강조했다.

여행은 마음이 떨릴 때 가야하는 것

장씨의 삶은 1년 내내 여행과 함께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는 여행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여행 국가의 역사, 언어, 문화 등을 철저히 공부한다. 준비기간만 5~6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함께 시작한 유라시아 여행부터 실크로드 여행,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이어 작년에는 중앙아메리카의 멕시코·콰테말라·쿠바를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등 이제껏 방문한 곳만 70개 국가를 넘긴 장씨는 매 여행을 책으로 남긴다. 어느덧 그가 집필한 책만 7권이나 된다.

장씨는 “여행은 준비 과정과 실제 여행기간 그리고 여행을 정리하며 마무리하는 단계로 이루어진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소감을 정리해 책으로 만들어야 여행을 완성했다는 기분이 든다”며 “책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여행지에서 느꼈던 다양한 느낌이 쉽게 잊혀지는 게 아쉽기도 하고, 여행의 보람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책을 쓰고 있다. 우리 조카는 내 여행기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책이라고 말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장씨는 올해도 배낭 하나 둘러매고 길을 나선다. 5~6월경 북·동유럽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다. 그는 말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혹은 용기가 없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마음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후들거릴 때는 가고 싶어도 못 가요. 주저하고 머뭇거리기에 우리들 인생은 너무나 짧습니다.”

강성용 기자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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