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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와 냄새서용태 칼럼위원

어느 종편 방송국에서 초대 손님들의 토크쇼를 보게 됐다. 방송국에서 주어진 주제를 다루는 출연자의 실제 경험담을 주고받는 형식이었다. 그 중 한 여성 출연자의 진지한 이야기 속에 느낀 바가 있어 이 글을 쓰게 됐다.  
이야기의 대강은 이러했다. “40대에 늦둥이 아들을 두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그 아들이 사랑스러웠겠어요. 저는 그야말로 지극정성을 아들 키우는데 쏟았지요. 그 아들이 자라 다섯 살이 되었어요. 어느 날 저녁부터 이 녀석이 엄마하고 같이 자기 싫다며 아빠한테 가버리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마음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밤마다 그러는 거예요. 정말 서운하고 많이 놀랐지요. 며칠 후 저는 눈물을 흘리면서 애한테 물어보았습니다. ‘너, 엄마가 왜 싫으냐’고 물으니까, 애가 하는 말이 ‘엄마냄새가 싫다’는 거예요. 그 말에 엄청 큰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아들한테 ‘엄마 냄새가 왜 싫으냐’고 물었더니, ‘엄마한테서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요. 다시 한 번 더 충격 받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그 썩는 냄새가 어떤 냄새냐’고 다그쳤더니 애가 하는 말이 ‘엄마한테서 마늘냄새 난단 말이야’하고 말하더군요.”
이 대답을 끝으로 그녀는 지난날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게 됐다고 한다. 평소 그녀는 생마늘과 생양파를 즐겨먹었다. 이어 양치질도 하기 전에 애기를 안아서 우유를 먹이고, 이유식 이후부터는 밥 먹이고 토닥거려 재우기를 네 살 때까지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 입속에서 흘러나온 양파, 마늘 냄새를 기억한 아들 녀석이 인지가 발달하면서 엄마 가까이 자는 것을 기피한 것으로 진단을 내리게 됐단다. 이 후부터는 생마늘과 생양파는 아예 입 근처에도 안대고 있다면서 웃었다.
사람은 누구나 향기는 좋아하고 냄새를 싫어하는 공통점이 있지 싶다. 엄밀히 말한다면 좋은 냄새를 향기라 하고, 나쁜 냄새를 악취라고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냄새는 악취로 인식되고 있다. 검은 돈을 만지는 사람을 보면 ‘구린내가 난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구린내 나는 사람은 구린 냄새가 나는 사람이다. 그러면 이런 사람의 몸통이 부패했다는 말일까. 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여느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그의 언행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기에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입소문으로 멀리 있는 사람한테까지 그 냄새가 전달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안개 속에서 오랜 시간 머물다 나오면 어떻게 될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 몸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내 자신이 깨끗하다고 해도 자연 나쁜 물이 들게 된다는 비유를 할 수 있다. 이런 구린 냄새가 새어나오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 많을 때, 이 세상은 악취로 인해 살 수 없는 혼탁한 사회가 되고 만다.
이 토크쇼에서는 엄마와 자식 간에 있었던 한 토막의 이야깃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 속에서 필자는 두 가지 깨달음을 얻기에 충분했다. 손주와 어울리는 할아버지로서 청결의무며, 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사회적 의무가 그것이다.
연륜이 더 해 질수록 내 몸의 청결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지만 내 혈관을 타고 흐르는 욕심, 분노, 어리석음을 걷어내고 진정 향기 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준 이야기 당사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다시 선거철이 돌아왔다. 과거의 사례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고소·고발이 난무해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기억밖에 없다. 그만큼 혼탁한 선거였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새봄이 무르익는 요즘 산야에는 신록이 어우러져 신선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대자연은 우리에게 말 대신에 엄중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이다. 그 메시지의 의미가 바로 천심이고 민심으로 받아들여도 별반 어색하지 않으리라.
‘신록의 향기처럼 신선한 유권자가 되어라’, ‘깨끗하고 향기 나는 후보자가 되어라’ 하여 향기가 온 천지에 진동하는 시민축제의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또 실망을 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러한 바람은 비단 필자만의 축원이 될 수 없다. 거제시민 모두의 한결 같은 염원일 것이라 확신한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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