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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날과 가정의 달이금숙 칼럼위원

오월인데도 세상은 여전히 겨울처럼 움츠려 있다. 어려운 경기 탓도 있겠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체감온도는 봄이 왔음에도 상상 그 이상으로 춥고 시리다.
최악으로 치닫는 거제의 조선경기가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렇게 바닥을 칠 줄은 정말 몰랐다. 게다가 6.13 지방선거와 맞물려 식당이고 상점이고 서비스 업계 모두들 아우성이다.
정부의 민생경제 어쩌구 저쩌구, 일자리 창출이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정작 서민들에겐 나아진 현실이 아니라 뒷걸음 치고 있다는 자괴감에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부모님 모시고 가정의 달이라고 해서 여행도 가고 가족과 함께라며 가까운 제주도라도 간다고 사무실을 찾아와 상담도 하고 예약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있었으나 이번 오월은 정중동이다. 아예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어버이 날이 와도 부모가 자식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무겁다.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배식올 하는 날도 카네이션 꽃을 달고 있는 어르신들이 손을 꼽을 정도였다. 물론 꽃바구니나 화분으로 가슴의 카네이션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예전 같지 않은 썰렁한 분위기는 왜였을까.
여행사도 오월이 성수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 등 현충일 연휴까지 겹치면 항공편 표를 못구해 발을 동동 구르던 시절이 진짜 있었다.
10년 전의 일이 돼버린 지금, 일이 없어 직원을 그만두게 하는 여행사나 점점 줄어드는 일감을 걱정하는 랜드사 동료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얼마 전 상공회의소에서 주관하는 모범사원들 해외문화탐방 행사가 있었다. 협력업체나 조선소 직영업체 모두 얼마나 어려운지 동참하는 회사가 예전의 절반 밖에 안됐다. 여행비의 절반을 상공회의소가 지원해 주는데도 겨우 25명이 전부였다.
가정의 달인 오월이 왔건만 작은 선물 하나라도 사들고 부모님 찾아갈 형편이 못된다는 한 직장인의 서글픈 하소연이 세상 밖 우리를 슬프게 한다.
외국에 나가보면 그래도 살만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하는데 밖에서 보는 우리나라와 한국에서 살고 있는 서민들의 삶의 질은 하늘과 땅 차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경제를 책임지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사항이 공약이 아니기를 기원해보지만 과연 누가 얼마만큼의 공약을 이행해 줄지 의문스럽다.
오월이 와도 봄은 먼데 있고 서민들의 마음을 덥혀 줄 훈풍은 아직 불어오지 않았다. 가정의 달을 맞아 받는 사랑보다는 내가 나눌 수 있는 작은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되겠다.
어버이 날 바쁘면 안와도 된다는 부모의 애기를 진짜로 믿고 오지 않는 자식들을 보면서 서운한 감정을 어디에 하소연 할 길이 없지만 어쩌랴 우리의 현실이 또 이런 것을...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글이 생각난다. ‘어린이 날도, 어버이 날도, 스승의 날도 모두 없애자. 부모와 며느리, 자식 모두에게 힘든 날이니까.’
명쾌하지만 씁쓸한 웃음이 떠오르는 모 기자의 글을 읽으면서 스치듯 지나가는 어버이 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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