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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시장과 조선업 그리고 거제의 발전전략김명재 국립목포해양대학교 국제해사수송과학부 교수

나는 장목면 대금이 고향이므로 늘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현재 직장문제로 타지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으나 거제시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므로 향토 지역민이다. 현재 거제의 지역경기가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그 이유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간 오로지 조선업에만 의존해 왔으나 이 산업이 몰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의 대체적 천혜의 해양관광자원과 내륙도심과 연계된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적 여건을 가졌음에도 그간 경제적 기반의 대체산업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은 끊임없이 경기순환의 법칙에 따라 변화된다. 따라서 이러한 변증법적 법칙에 따라 이러한 변화를 예견하고 대체산업을 구축해야만 했으나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고용과 제조업 등 전후방 연쇄효과가 큰 조선업은 해운시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즉, 해운업의 활황이 있어야만 조선업이 살아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금년 2월 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출장의 기회를 접하게 됐다. 런던 램버스(Lambeth) 거리에 위치한 IMO는 유서 깊은 테임즈 강을 마주하고 있으며, 올해로 설립 70주년을 맞는다. 테임즈강은 18세기 산업혁명기간 물자의 중요 수송루트로서 기능을 했다. 도로가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석탄 등 광물이나 원자재를 척박한 산지로부터 도심으로 운반함에 있어서, 테임즈 운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도 운하를 따라 운반되고 있는 광물수송 선단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경제적 부가 축적된 오늘날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을 태운 관광유람선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영국은 16세기 중상주의시대 바다로 눈을 돌려 세계를 제패한 국가이다. 바다로 눈을 돌리기 전에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했으나 엘리자베스 1세의 적극적인 해운장려책으로 수많은 식민지를 지배하고 부를 축적하게 된 것이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는 세계를 제패한다’는 명언은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현대에도 불변의 진리다. 세계 각국으로 운송되는 물동량의 99%는 해상으로 운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16~18세기 영국은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으로 해운업을 장려했다. 식민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원자재와 국내가공 수출품을 자국적선으로만 수출입하게 해 부를 축적하고 독점적 무역업의 지위를 유지했다. 특히 18세기 산업혁명기 세계 도처로부터 수입되고 수출되는 물자를 감당하기 위한 상선대가 비약적으로 확장됐다.
해운업은 ‘기국주의의 원칙’에 의해 선박이 등록된 국가의 국기를 달고 광대무변한 공해상을 가로질러 세계의 항만을 기항한다. 바로 움직이는 영토로서 국가를 대표하므로, 예컨대 대한민국 국적의 선박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나라의 영토가 그만큼 확장되는 것이리라. 스페인이나 포르투칼, 네덜란드와 프랑스 등 선진 유럽의 제국들은 일찍이 바다로 눈을 돌려 국부를 축적하고 기반을 잡아 오늘날까지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동아시아 특히 중국은 이들 유럽제국들보다 훨씬 앞선 14세기에 이미 바다로 눈을 돌렸으나 해운강국이 되지는 못했다. 국가의 일관된 진흥정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명나라 시대 환관출신 정화는 뛰어난 항해술로 대규모 원정함대를 꾸려 바다로 나가 일찍이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정화가 이끈 원정대의 규모는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유럽의 원정대보다 그 규모면에서 훨씬 앞질렀다. 20여년간 총 7차례의 원정을 통해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라비아 반도와 동아프리카 해안으로 항해하며 약 30여개의 나라와 새롭게 외교 관계를 맺고 세계 각지의 보물을 본국으로 가져와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서양보다 뛰어난 항해술을 자랑했던 명나라는 정화가 죽고 난 뒤 오히려 바다를 멀리하게 된다. 정화와 같은 환관들이 해운과 해양원정을 통해 세력을 키우는 것을 두려워한 문신들이 견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명나라가 조정 내 세력 다툼과 왜구의 침략으로 해운을 포기한 것은 이후 국력 쇠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해상 무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 사라졌고, 국제 정세에 대한 소식도 적시에 접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쇄국화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해운을 중시해 세계 최강대국으로 올라선 영국과 해운을 간과해 몰락의 길을 걸은 중국 명나라의 이야기는, 해운과 해상 무역이 여전히 중요한 오늘날 우리에게도 뜻깊은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한진해운 청산은 세계 속 한국해운의 위상이 크게 추락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한진해운은 50여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세계 7위의 글로벌 해운물류 기업이었으나 누적된 적자로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경영은 수많은 요인들을 유기적 시스템으로 결합시켜 효율성이 창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경영의 성공요소는 경영자의 자질, 탄탄한 조직력과 시장지배력, 우수한 기술과 자본력 등이다. 한진해운이 몰락한 원인은 경영자의 자질과 자본력 부족으로 판단되나, 이와 같은 원인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국가의 해운력을 한 순간에 없애버린다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를 거쳐 2차 대전 이후 선진 해운국들이 독점해왔던 해운보호주의를 허물고, 후발국들이 주도한 자유주의의 물결에 편입돼 글로벌 해운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특히 1960년대 수출드라이브와 중공업정책에 힘입어 원자재의 수송을 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국가의 해운진흥정책인 ‘자국화물 자국선 수송정책’으로 세계 속의 한국해운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이 시기 성장한 한진해운은 원래 국영기업이었으므로 국가가 환수해 전문경영인을 세우고 약간의 자본을 투입했다면 충분히 건재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이다. 부패와 부실로 얼룩진 대우조선에는 약 4조원 이상의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도 한진해운에는 약 5000억원의 자금투입이 되지 못해 청산된 이유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1960~1970년대에는 많은 뱃사람들이 경제발전에 헌신했다. 가난을 극복하고 외화획득을 위해 우수한 인재들이 바다로 나갔으며, 이들은 탁월한 기술력과 고도의 시맨십과 굿맨십으로 세계의 선주들을 매료시키고 우리나라의 위상제고와 경제발전에 공헌했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의 해운강국으로 도약했으나, 그간 정부 당국자들과 국민들의 해운업에 관한 인식부족으로 산업이 위축되고, 뱃사람들의 위상이 추락함에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한진해운이 글로벌 경영조직과 마켓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는 50여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환언해보면 지난 50년 동안 구축한 글로벌 경영조직과 시장지배력을 상실한 것과 다름없다.
18세기 영국의 해양지배력은 최고조에 달했으나 현재는 글로벌 해운순위에서 하위권에 맴돌고 있으며 마치 테임즈 강변의 퇴화된 석조건물들의 모습과 같다. 그 이유는 세계 1·2차 대전을 겪으면서 막대한 상선대의 상실에 더해 전후 자유주의의 패러다임 속에서 오랫동안 보호주의에 길들여진 선주들의 자생력 부족과 국가의 해운진흥정책의 부족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협소한 국토와 부족한 자원을 가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길은 어딘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들어 정부는 조선업 육성이라는 명분하에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해 2020년까지 컨테이너선 60척, 벌크선박 140척을 건조하며, 나아가 군함과 순찰함 등 정부공공선 부문 건조에도 약 5조5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투자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해운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해운기업 육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정책적 기반이 간과된 조선업 진흥정책은 커다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장기적으로 거제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거제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인근의 중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할 수 있는 해양관광특구지정 및 외자유치 등에 기반을 둔, 과감하고 차별적인 경기진작정책이 급박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며, 이와 같은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가시화 돼야만 장기적 생존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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