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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운반선의 추억최현배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의 일이다. 오래된 과거를 뒤돌아보면서 독자님들과 함께 이야기꺼리로 재미의 감동을 느껴보시기를 기대 해본다. 일본으로 들어가서 남들이 하니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저지른 밀수로 인해 곤욕을 치렀던 지난 세월의 씁쓸했던 사건의 전말을 한번 재조명해 본다.
때는 1976년의 10월경의 일이다. 내가 선망운반선에 승선한지 2년이 지나갈 쯤의 일이다. 제주도 성산포 앞 해상에서 잡은 선어를 선적하고 회사의 지시가 있어 일본하관어시장으로 수출 길에 올랐다. 하역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휴대품 몇 가지를 사가지고 장승포세관에서 처음에는 통과를 했다. 그런데 고기가 많이 잡히는 관계로 두 번째 일본으로 갔다. 역시 돌아오면서 이제는 적은 양이지만 밀수를 했다. 밀수를 해서 막상 선내반입을 하면은 감출 곳이 한곳에도 없다. 생각 끝에 어름 목고를 다 들어내고 맨 밑장에 물건들을 쌓아두고 어름 목고를 차곡차곡 올려놓고 잘 마무리를 했다.
장승포세관에 입항하니 회사에 급히 연락이 왔다. 현장에는 운반선이 없으니 세관 써치는 갔다 와서 같이 받고 빨리나가라는 것이었다. 세관 문제는 회사에서 처리한다고 하니 걱정 없이 현장으로 3번째 고기를 선적하고 하관으로 갔다. 이번에도 역시 시장으로 몰려가서 물건들을 자기 마음대로 구입해서 반입을 했다. 그러니까 불안해도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항해 중에 앞 항차 물건과 합해서 특별히 감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의논 끝에 기관실 예비 기름탱크에 감추기로 하고 비닐로 잘 싸서 탱크 한복판에다가 완전하게 뒀다. 장승포세관으로 가는 도중 대마도를 통과하는 중에 통영세관으로 가라는 연락이 왔다. 약간 불안한 마음들을 갖고 충무세관 앞에 닻을 내리고 세관 써치를 받았다.
세관원이 예비기름 탱크를 보고 “여기에 무엇이 들어있느냐”고 물었다. 기름이 들어있다고 했다. 수상하게 여겼는지 잣대로 찔러보라고 했다. 얼마나 불안했던지 간이 쿵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위로 올라가서 잣대로 찔렀다. 처음에는 잣대가 들어가지 않고 반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세관원은 한 번 더 찔러보하고 했다. 불안해서 간이 덜덜 떨리지만 눈물을 감추고 찔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잣대가 끝대로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정신이 혼미해 졌다.
소재커버를 열어보라는 말이 들려왔다. 몽키를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기름을 모두 다른 탱크로 옮겨놓고 소재커버를 열었다. “그러면 그렇지.” 세관원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물건들은 탱크 속에 얌전하게 있다가 들통이 나버렸다. 세관에서 하룻밤을 지세고 오후 해가 질 무렵이 경찰차를 탔다. 차가운 은팔찌 수갑이 손목에 걸리는데 온 사지가 떨리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졌다. 
밀수범들을 태운 경찰호송차는 통영유치장 앞에 정차했다. 유치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먼저 들어간 범죄자들이 완전 갑질 노릇을 하는데 바로 지옥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무서운 신고식을 끝내고 한쪽에 가서 앉았다. 매일 불안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유치장 생활이었다. 유치장 생활이 약 20일이 다 돼 가는 날 마산 형무소로 가야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통영에서는 단독재판이다. 밀수는 합의부 재판이기 때문에 마산 형무소로 이감을 가야 된다고 했다.
통영유치장에서 20일을 다 채우는 날 밀수범들은 포승줄에 묵히고 팔목에는 은팔찌를 차고 호송경찰을 따라 마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날이 어둑어둑한 저녁시간에 제법 오래된 아카시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형무소 주위를 감싸고 서있다. 벽돌로 된 높은 벽과 망대가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만들었다.
두꺼운 철문이 우리를 맞이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각자 방을 배당받고 형무소 생활이 시작됐다. 감방안의 분위기는 살벌한 유치장하고는 사뭇 다른 냄새를 풍기는 것 같았다. 매일 불안 속에서 생활 하는 형무소 감방생활은 세상에서 모르는 그 무엇들이 새로운 세상을 창출하고 있었다.
형무소에서는 재판 받는 날짜만 기다리면서 가다밥 한 덩어리 식만 받아먹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977년 2월 우리 밀수범들에게 첫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의 결과는 초범이라는 판사들의 배례로 집형유회를 선고받고 출감했다. 지면상 상세하게 쓰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하면서 여기서 줄인다. 그해 겨울에는 무서운 한파가 몰아닥쳐서 보리와 밀감나무가 모두 얼어 죽었던 해이기도 했는데 감방 안에서는 그렇게 추운 줄을 몰랐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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