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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장관시대가 온다는데…옥형길 칼럼위원

 1960년대의 이야기다. 어느 듯 반세기 전의 이야기가 됐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고속도로가 없던 시절이었다. 강원도의 동해안지역으로 가려면 비포장 국도인 꼬불꼬불 미시령을 넘어야 갈 수 있었다.

대관령 너머 강원도 오지의 산록에 정부의 어느 부처에서 건립한 시설물의 준공식을 하는 날이었다. 지역유지는 물론 지역의 공무원 몇 분이 초대됐다. 관련 중앙부서의 서기관급 공무원도 한 분 검정 짚 차를 타고 왔다.
반공을 국시로 하던 시절이라 검문검색이 엄격했다. 하물며 최전방이 가까운 강원도 지역이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행사장 입구에서 검문을 하던 순경이 차를 세웠다. 운전기사가 유리창을 내리고 으스대듯 말했다.

“00부 김00 서기관이요.” 운전기사의 거드름에 기가 죽은 시골 순경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통과를 지시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젠장 ‘서기’면 서기지 ‘관’은 또 뭐야.”
검문 순경은 강원도 골짜기를 벗어나 보지 못한 터라 공무원이라면 면서기 밖에 몰랐던 것이다. 사무관이 시장 군수를 하던 시절에 서기관(書記官)이란 직급이 그 만큼 귀하기도 했기에 생겨난 우스갯소리였다. 실화였는지 누가 웃자고 지어낸 이야긴지는 알 수 없다.

1960년대 일선 시·군에서 사무관(事務官)이라면 시장(市長)·군수(郡守) 한 분 뿐이었다. 지금은 사무관이 과장·동장(洞長)·면장(面長)이니 시·군마다 사무관급 공무원이 수십 명에 달한다. 서기관인 국장도 몇 분이나 된다. 이는 지방관청인 시·군의 업무가 옛날의 1차 산업 위주의 단순 행정에서 현대사회의 다양한 산업체계와 시민의 다양한 욕구와 권리추구에 부응하려는 행정체계의 변화라 할 것이다.
민간단체나 친목모임에서의 직위의 진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유사(有司)는 어떤 단체에서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의 직위다. 그래서 60년대까지만 해도 종친회(宗親會), 갑계(甲契), 친목계(親睦契), 마을 두레, 동창회 등에서 기록과 회계 등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유사라 했다. 차츰 서기(書記), 총무(總務), 그리고 사무국장(事務局長), 이렇게 진화되더니 지금은 웬만한 모임에서는 사무총장(事務總長)이라고 한다. 
하기야 이런 단체에서 직위를 높인다고 급여를 주는 것도 아니고, 직위를 높인다고 세금이 따라붙는 것도 아니니 국장이면 어떻고 총장이면 어떠랴. 저들 기분 좋고 만족스러우면 되는 것이지만 그러다 보니 헷갈리는 것이 저들끼리 국장, 총장 하면 속내를 모르는 사람은 어느 정부기관의 국장인가, 국회 사무총장인가, 그도 아니면 대학총장인가 궁금해진다.
길을 가다가 ‘사장님’하고 불렀더니 모두가 돌아보더라는 노랫말이 있다. 노래는 1967년 현미가 불렀다.

1970년~1980년대의 산업화와 경제부흥시대가 펼쳐지면서 구멍가게 아저씨도, 노점상 아저씨도 모두 사장님이 됐고 사장님 몇이 모여 친목회 하나 만들면 그 중 한 사람은 회장이 된다. 00지구 문구점 연합회 회장, 00지구 요식업 연합회 회장, 조기 축구회 회장, 동문회장, 동창회장, 향인회장, 종친회장. 도대체 회장 아닌 사람이 누가 있는가.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그냥 사장님 또는 회장님이라고 호칭하면 별 실수가 없다. 여자 분들에게는 그냥 여사님이라고 호칭하면 듣는 여사님이 좋아하신다. 이 또한 실수는 아닌 것 같다. 
이제 지방분권이 강화되고 지방에도 장관을 두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그러니까 지방장관이다. 아마도 각 시·도의 국장을 장관이라 할 것인지 아니면 몇 개의 국을 모아서 그 위에 장관 한 분을 둘 것인지는 아직은 모를 일이다.
참 헷갈리는 세상이다. 이제 장관도 지방장관, 국가장관 할 것인가 보다. 직위만 높이면 일의 효율성도 높아질 런지가 궁금하다. 지금껏 직위가 낮아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것인가. 그래서 위민정책이 부진하고, 부정부패가 끼어들고, 직위가 낮아서 책임감에 소홀했는가.
높은 직위가 또 생기면 그에 맞도록 하위 직위도 격상돼야 할 것이니 층층시하 옥상옥으로 업무절차만 복잡해지고, 부속실 기구만 커지고, 쓰는 사무실만 넓어져서 조직의 운영경비만 늘어날 것 아닌가 걱정이 된다. 상위직위를 만드는 것 보다는 하위의 관리 층을 늘려주고, 보수를 올려주고, 사명감을 북돋아 주고, 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자질을 높여나갈 대책이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싶기도 하다. 

이제 새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취임하고 지방의회가 짜여 묵은 것은 거둬지고 지방자치의 새 씨앗이 뿌려졌다. 선거기간동안 후보자들 모두 자기는 지역의 모든 문제점을 알고 있고, 모든 난제에 대한 비책(祕策)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고 자화자찬(自畵自讚)을 늘어놓았다. 원래 선거란 말의 성찬(盛饌)이 아니던가. 뽑아만 주면 살기 좋은 멋진 고장을 만들겠다고 약속들을 했으니 이제 그 능력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공직사회는 직위의 고하경중(高下輕重)이 아니라 위민(爲民)의 치적(治績)을 남기려는 진실 되고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새 씨앗에서 튼실한 모본(母本)이 자라고 굵고 알찬 뿌리와 열매가 열릴 것을 기대하며 다시 희망을 가져 본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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