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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법, 39개국을 돌아다니며 배웠습니다”

2017년 5월15일 한국을 떠나 총 422일 동안 39개국 120개 도시를 여행하고 지난달 10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거제의 청년이 있다. ‘청춘을 청춘에게 주기에 아깝지 않다’는 말을 신념으로 삼고 여행을 떠났던 주인공은 바로 일운면 망치마을 출신의 김이삭(28)씨. 여독이 풀릴 새도 없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망치수련원’의 일손을 돕는 데 여념이 없는 김씨를 지난 2일 만나 그간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편집자 주>   


Q.본인의 세계여행에 대해 설명해 달라
=2017년 5월 15일에 출발해 2018년 7월 10일까지 총 422일동안 39개국 120개 도시를 여행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여행은 제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 제가 알고 있던 세상과 또 그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너무나 좁고, 작았다는 것을 알았다. 대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당하거나, 짜릿한 액티비티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때도 떠오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마음속 깊이 자리한 것은 여행 중 함께한 사람들과의 추억이다.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도 결국 누구와 함께 있었느냐에 따라 다르더라.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과 나눈 추억과 대화들이 제 여행에 있어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다.

Q.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옥포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3살 때 고모부 부부가 계신 가나로 갔다. 부모님께서 가볍게 ‘고모댁에 가서 공부할래?’라고 물어봤는데 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고 진짜로 가게 됐다. 아직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얼떨떨하다.

가나에서 중학교까지 마친 뒤 필리핀으로 넘어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마쳤다.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구직활동을 해야 할 때였다. 직장을 다니면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취직 전 꼭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그때 머리를 스친 것이 바로 세계여행이었다. 예전부터 세계여행을 동경해왔고 괜히 멋있어보였다. 별다른 목적은 따로 없었다. 곧장 부모님께 말씀 드린 뒤 허락을 받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1년 뒤에 세계여행을 떠난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Q.어떻게 여행을 준비했나
=정작 6개월 동안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보니 덜컥 사람들에게 큰소리 뻥뻥 치고 다녔던 게 걱정이 됐다. 말만 번지르르한 거짓말쟁이로 비춰지는 것이 싫었다. 그때부터 남은 6개월간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까페, 학원 영어강사, 영어과외 아르바이트를 통해 정말 미친 듯이 일하며 2000만원의 돈을 모아 2017년 5월 15일 여행을 떠났다.

Q.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방을 소매치기 당했을 때다. 그곳에서는 신체에 오물을 몰래 투척한 뒤 닦아주는 척 도와주며 가방을 훔쳐가는 범행이 유명했는데, 저는 전혀 그에 대해 알지 못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 길을 걷다가 동일한 수법으로 가방을 도둑맞았다.

가방에는 여권, 지갑, 신용카드, 노트북, 카메라 등 모든 귀중품이 들어있었다. 20여분간 주위를 고함치며 뛰어다녔는데 결국 찾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쫓아 다니는 행위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걸 들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맞닥뜨렸을 때 흉기로 위협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여행을 포기하려고 할 정도로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Q.그 후 어떻게 여행을 이어나갔나
=새 여권을 발급 받기 전까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여권 발급에는 약 한 달이 소요됐다. 결국 그곳에서 머물러야 했는데 돈도 없고 잘 곳도 없었다. 앞서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말했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가장 값진 선물을 받은 순간이기도 했다.

주말에 기도를 드리러간 교회에서 그곳에 살고 계시는 한인 분들을 만났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다들 도움을 주기 위해 애써주셨다. 그중 그곳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시는 한인남성 한 분이 본인 소유의 사무실 한 켠을 제게 제공해주셨고, 다른 분들은 늘 식사를 챙겨주셨다.

가진 모든 걸 잃었지만, 마음속에는 사람들의 호의와 온정, 위로로 꽉꽉 채워진 순간이었다. 그렇게 약 한달 반의 시간 동안 무사히 먹고 지내며 여행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Q.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칠레의 갈라파고스라는 섬이다. 앞선 여행을 통해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에 빠지게 됐는데, 갈라파고스는 스쿠버다이버들의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물속에서 물개, 바다거북과 함께 장난치고 놀며 수영했던 황홀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수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갈라파고스는 그 중 단연 기억에 남는 곳이다.

Q.앞으로의 계획은
=여행을 통해 꿈을 꾸고 이루는 방법을 배웠다. 새로운 시도 없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만 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마음이 끌리거나 하고 싶은 일을 일단 저질러보고, 그 길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던 또 다른 길이 펼쳐진다.

그렇게 여러 경험들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지녔는지 알아가면서 진정으로 도전하고 싶은 일을 찾고 꿈꿔야 한다.

저도 여행을 하면서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한국으로 돌아와 여행을 주제로 한 모임을 만들고, 저만의 여행이야기로 강연을 할 계획이다. 또 여행 중 직접 만든 노래로 앨범을 만들고 여행사진으로 사진전도 열고 싶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 꿈을 찾고 또 이루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여러 계획들 중 앞으로 1년간은 여행기 집필에 가장 몰두할 계획이다. 베스트셀러가 되겠다거나 큰 인기를 끌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아니지만, 제게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던 이번 여행을 꼭 글로 기록해두고 싶다. 글재주가 좋지 않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만 세계일주를 해냈던 것처럼 꼭 해내고 싶다.

Q.무언가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아버지의 권유로 거제YMCA에서 진행하는 ‘사람책 도서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등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여행과 꿈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는 학생들에게 꼭 꿈을 주위에 선포하라고 권유했다.

꿈을 자기 혼자 간직하지 말고 친구, 부모님, 주변 지인들에게 알리며 자신의 꿈을 공유하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다보면 스스로 내뱉은 말을 지키려는 노력과 함께 자신의 꿈을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이 나타난다.

저도 세계여행을 정말 가게 될지 반신반의 했는데, 주변에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선포하고 다녔던 것이 결국 저에게 자극제가 돼서 돌아왔다. 혼자 끙끙 앓으며 망설이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최대한 주변에 널리 알려라.

강성용 기자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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