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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에 대하여서용태

 IT시대를 넘어 빠른 속도로 AI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인간의 물질적인 편리함의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이런 변화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연일 개혁을 외치고 있다. 여기에 일반 국민들의 저변 욕구는 혁명적인 개혁을 바라는 게 사실이다.
기존의 가치체계를 부정하고 새로운 이념이나 제도를 일시에 도입하게 되면 국민 개개인의 성에 찰지는 몰라도 거기에서 발생되는 사회혼란과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될 줄로 안다.

한자어에 짐승의 가죽을 의미하는 말로 ‘혁(革)’과 ‘피(皮)’가 있다. 예로부터 가죽을 말할 때 왜 두 가지 용어를 사용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죽은 짐승 몸체에서 피(皮)를 벗겨내어 의복이나 구두, 악기 등을 만드는데 곧 바로 사용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 피를 건조시켜 수분함양을 최대한 줄이고 두드리고 하며 무두질의 과정을 거쳐 기름 성분, 단백질 성분 등을 제거하면 비로소 활용가치가 분명해 지는 소재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혁(革)이다.

다시 말해서 개혁이란 피를 꾸준히 다듬어 혁으로 바꾸는 지난한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조급함이다. 피를 마음 급한 대로 혁으로 바꾸는 과정을 생략하고 불로 태운 다든지, 뜨거운 열을 가해 삶아버린다든지 하면 어떻게 될까. 너무도 자명한 결과를 얻게 된다. 즉 우리가 바라는 혁은 얻지 못하고 피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질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부연해서 말씀드리면, 의사가 환자의 환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면서 건드려서는 안 될 신경세포와 정·동맥을 손상했다고 가정하면 그 환자는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개혁은 필요한 것이나 조급함을 버리고 조금씩 문제점을 고쳐나가거나 기존의 상태에서 장점은 더욱 발전시키고 단점을 제거해 나가는 인내의 과정이 필요함을 위의 예시를 통해 알게 된다.

여기에는 시대에 맞지 않고 쓸모없는 것을 완전히 버리는 것(abandon)이 있을 수 있으나 대개 좋은 것으로 바꾸어 가는 것(substitution), 남의 것을 도입하는 것(benchmarking), 효율적인 것으로 조정하는 것(alteration), 습관화 하는 것(habituation), 필요에 의해서 신설하는 것(creation)이 개혁의 본질에 해당된다 하겠다.

개혁에는 한 두 사람의 호응과 실천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개혁에는 반드시 다수의 이익과 고통분담이 공존함을 근간으로 하며 기존 질서, 기존의 가치관을 일시에 부정하기 보다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 가야한다. 여기에는 다수 시민의 참여와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전 설득과 홍보가 필수적인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일전에 모 주간신문 일면 톱에서 ‘옥포대첩기념제전 전면 재검토’란 제하의 기사를 본적이 있다. 새 시정이 꾸려지고 시정의 책임자는 여기저기 고쳐야할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아 의욕이 넘쳐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옥포대첩기념제전 행사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면 모르겠으나 전면 재검토란 말에 전율이 느껴진다.

인근 통영시의 한산대첩제는 우리 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해마다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으나 전면 재검토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차제에 거제시에서는 옥포대첩기념제전 행사 예산 규모와 통영의 한산대첩제 예산 규모를 비교해 보는 것을 시작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 주기 바란다.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혁은 하되
인내를 가지고 하나하나 개선점을 찾아 고쳐나가다 보면 우리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단계에 오르는 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니 그 동안 애써 추진해온 옥포대첩제전위원들의 자존심 또한 걸린 문제이므로 전면 재검토라는 거제시의 방침에 대해 재고 있으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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