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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옥형길

 아침부터 은행에 볼일이 있었다. 먼저 JI은행에 갔다. 대기번호를 뽑으니 22번이 나왔다. 앞 선 몇 사람을 기다렸다가 볼일을 마치고 길 건너 KB은행으로 갔다. 카드빚을 넣어 놓기 위해서였다. 입구에서 대기 번호를 뽑았다. 또 22번이었다. 거 참 신기하네,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다음 NH은행으로 갔다. 여기도 카드빚을 입금시켜 놓기 위해서였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대기 번호를 뽑았다. 122번. 우연치고는 참 우연이다. 이건 뭔가 암시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수(數)의 신(神)이 내게 강림해 행운의 번호를 내게 내려주는 운세인 것 같았다.

이런 날에는 로또복권을 사야 한다고 자신하며 복권방을 찾았다. 자꾸만 들떠 오르는 가슴을 누르고 ‘1등 당첨 2번’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복권방에서 딱 1장을 샀다. 이미 1등 당첨이 점지된 터에 여러 장을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한꺼번에 여러 장을 사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처방일 뿐이다. 책장 선반위에 복권 한 장을 올려놓았다. 추첨 일까지는 아직 3일이 남았다. 다음 날 고향에 갔다. 선영에 벌초를 하기 위해서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당첨금의 배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했다. 가까운 형제에서부터 먼 친척까지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들도 떠올랐다. 역시 광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틀림없나 보다.

부모님 무덤 앞에 국화 한 다발 올려놓고 큰 절을 올렸다. 그래도 복권 당첨되게 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지는 않았다. 영(靈)의 세계에 계시는 부모님은 이미 다 알고 계실 테니까. 어쩌면 부모님이 점지해 주셨는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며칠 벌초를 모두 마치고 서둘러 귀경하였다. 그사이 추첨일이 며칠 지나갔다. 현관에서 구두를 벗어 던지고는 책상 앞에 앉았다. 컴퓨터의 모니터를 켜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당첨 번호를 대조해 나갔다. 꽝~이었다. 낭패한 내 얼굴을 읽은 아내가 말했다. 제 날짜에 확인하지 않아서 김 샌 거라고. 행운은 그리 오래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고. 복권 당첨의 꿈은 그렇게 칠일몽(七日夢)으로 끝났다.

그냥 오는 행운이 어디 있다던가. 노력해야 한다. 철학자 ‘소티브 코비’가 말하지 않았던가.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 노력하였다는 것이다”라고. 이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보니 지난 며칠 거제에 머무는 동안 썰렁했던 거제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한 해 네 댓 번 고향을 찾는 나로서는 갈 때마다 느끼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은 활력이 넘치던 지난날의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몹시도 조용한 어쩌면 모든 것이 깊이 침잠되어가는 그런 분위기였다. 만나는 몇 몇 지인들 모두 ‘이래가지고는 큰일’이라며 걱정이었다. 나 또한 덩달아 마음이 무거웠다.

시들어 가는 마음에 부채질이라도 하듯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지역별 고용조사에서 거제의 실업률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7.0%)것으로 나타났다. 1973년 10월11일 옥포조선소 기공 이후 산불처럼 타오르던 조선산업의 열기에 활력이 넘치던 거제의 발전은 우리 거제의 큰 행운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행운은 더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수주의 소식이 간헐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식어가는 잿불에 손부채질로 지난날의 그 영광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조선산업을 비롯한 중공업분야의 산업은 국제적 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므로 결코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조선산업의 위축으로 인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다른 산업의 육성방안을 적극 찾아야 할 것이다. 한 시절 채탄(採炭)으로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강원도 삼척지역은 이제 강원랜드를 비롯한 관광지로 안정이 됐고 멀리 미국 서부의 캘리코 은광촌(銀鑛村)도 한때 은광으로 서부시대를 열었지만 지금은 조용한 관광지로 변신한 사례가 있지 않는가.

다행히도 우리 거제는 기후적으로, 지형적으로 관광산업의 적지로 모든 조건을 갖춘 또 하나 행운의 불씨를 가지고 있지 않는가. 그 활로를 찾으려고 하는 거제시의 노력이 지금 진행되고 있음은 참으로 시의 적절한 대책이라 할 것이다. 시민 모두가 이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천혜의 자연을 밑그림으로 하는 관광산업은 지자체의 독자적 의지에 따라 발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켜 나간다면 이는 실패가 없는 영구적인 산업이며 친환경적 사람중심의 산업이 될 것이다.

거제의 관광산업은 거제의 자연과 거제의 역사와 거제의 정서를 바탕으로 관광객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는 꿈의 동산이 돼야 할 것이다. 1962년에 설치된 서울의 남산 케이블카를 비롯한 전국 45개소의 케이블카 시설 지역이나, 가장 긴 파주 마장호수 구름다리(출렁다리)를 비롯한 전국 10여개소의 구름다리가 곳곳에 엄청난 관광객을 끌어 모우고 있지 않는가. 문제는 이런 관광이용시설을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거제 전역에 지역과 지형에 맞는 시설을 개발해 거점 관광지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래야 관광객들의 발길이 오래 머무르게 될 것이고, 오래 머물러야 부대적인 관광 수입이 늘어 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자체 마다 이웃 지자체의 흥행을 벤치마킹해 똑 같은 테마와 똑 같은 형태의 기성품을 내 놓은 것은 닮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거제의 혼을 담아 거제다운 특화된 관광자원의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행운은 머무르지 않는다. 그냥 지나가는 것이다. 지나가는 행운은 붙잡는 자의 것이다. 하루 속히 거제의 관광산업이 거제의 경제를 되살리는 치유의 길이 돼 조선산업의 침체로 깊어진 시름을 떨쳐 버리고 새로운 행운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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