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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에는 목적이 있다중앙칼럼/칼럼위원 서용태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지인이 찾아 왔다. 내 안부가 궁금해서 찾아온 게 아니다. 이럴 때 숨은 목적은 십중팔구 부탁이다. 생활이 어려워 이런 일을 하고 있다며 과거사부터 현재 상황을 묻지도 않았는데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결론은 난감한 부탁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분이 많을 줄 안다.

필자는 세 명의 손주를 키워 본 경험이 있다. 말 못하는 어린애가 울 때도 반드시 우는 이유가 있다. 아프거나 배가 고픈 것이 대표적인 이유이다. 이처럼 젖먹이가 행동을 할 때에도 목적이 분명한 법인데 성인이 어떤 행동을 했다면 반드시 뚜렷한 목적이 존재하는 것이다. 더구나 한 국가가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이슈를 들고 나온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사람이 낚싯대를 들고 깊은 산속을 들어가고, 망치를 메고 냇가에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고 하면, 보통의 상식으로는 미친 사람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진정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라면 뚜렷한 목적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전자의 사람은 산 너머에 있는 저수지에서 민물고기 낚시를 하기 위함이요, 후자의 사람은 냇물 속에 있는 돌을 망치로 내리쳐 그 소리에 놀라 기절한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이상한 행동을 한 두 사람이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라 행동의 목적을 알아채지 못한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 사고의 면에서 더 뒤떨어진 것이다.

각자의 생각이 요즘처럼 복잡한 적이 없을 줄 안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으로 남북 사이에 얼어붙었던 거대한 빙하가 서서히 녹아내리면서 평화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6.25를 겪었고,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경험한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위장평화 공세라는 반론이 제기 되고 있는 반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남북의 화해로 긴장과 대립의 시대는 가고 남북 공존 평화의 시대를 맞이한 역사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임이 분명한데, 북한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과 함께 종전선언을 강하게 표방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북한 핵만 완전 포기하면 모든 남북문제는 일사천리로 풀려나갈 것 같은데, 핵무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까지 포함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제를 들고 나오는 것도 그렇고, 여기에 더하여 종전선언을 강조하는 이유와 목적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확하게 알고 싶은 것이다.

이와 같이 평범한 보통시민의 한 사람인 필자가 보기에도 우리 정부의 목적과 의도는 쉽게 이해가 가지만, 북한 정권의 목적과 의도는 분명하지 않은 점이 있어 그저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는 것이다. 행여 일부 보수인사들의 주장처럼, 종전선언을 하고 나면 북한이 이어서 남북문제는 한민족의 문제이니, 이제 주한미군은 필요 없는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철수를 요구해 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가, 그런 일은 없겠지만 뜻하지 않게 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철수해 버리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북의 비핵화도 성사되고, 그야말로 우리민족끼리 의논해서 평화통일의 길로 순탄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그들이 70여 년 동안 대를 이어온 대남전략의 일환이자 적화야욕의 수순이라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한편 북의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핵을 가진 북이 갑인가,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가 갑인가, 경제력이 월등한 우리가 갑인가, 핵을 가진 저들이 갑인가. 이런 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요즘이다. 이것이 비단 필자만의 고민일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이자 의문일 것이다. 필자는 전자의 칼럼에서 ‘애마적인’이라는 장자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짝사랑은 위험하다’는 제하의 글을 남긴 적이 있다. 매사를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언제 환란을 당할지 모르는 것이 세상사다. 이 세상에 ‘나’ 자신 말고 완전하게 믿어도 될 만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남북 해빙의 시대를 맞이하여 분위기에 너무 젖지 말고, 북의 비핵화가 관철되는 그날까지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하고 대처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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