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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집칼럼위원 옥형길

지난해 기준으로 100만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 약 10억 원 정도 들고 해외에 나가면 홍콩에서는 22㎡(6.65평), 뉴욕에서는 25㎡(7.56평), 런던에서는 28㎡(8.47평), 싱가포르 39㎡(11.8평), 제네바 41㎡(12.4평), 파리 46㎡(13.9평), 시드니 48㎡(14.52평), 상하이 54㎡(16.3평), LA 58㎡(17.54평), 모나코에서는 16㎡(4.4평)짜리 고급주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은 아직 이빨로 나지 않은 상태다.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했지만 일 년 사이에 서울 강남의 집값도 평당 1억 원을 호가해 곧 세계 최고의 집값대열에 끼어들 기세다.

금년 봄에 분양된 소위 국민주택규모라고 통칭되는 85㎡(25,7평)의 분양가는 약 15억 원이었고, 같은 규모의 기존아파트 거래가가 이미 30억 원대가 되었다. 작은 시골동네의 집들을 몽땅 팔아도 살까 말까한 가격이 아닌가. 서울에서 4~5억 하는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데도 보통 월급생활자가 정상적인 저축으로도 28년이 걸린다는 통계가 있었는데 15억, 30억이라면 이건 애당초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가혹한 절망이 아닌가.

마음이 이렇게 답답할 때는 옛날 어린 시절의 고향집을 떠올리게 된다. 부모님 밑에 여덟 남매가 살았던 시골집은 우리 마을에서는 크고 넉넉한 집이었다. 윗 채는 4간으로 부엌, 큰방. 광, 작은방이 순서대로 배치돼 있었고, 아래채는 2간으로 방 하나에 뒤쪽으로 반은 마구간이 있었고 마구간 앞으로 방아 실이 있었다. 방아 실에는 두 아름이 넘는 큰 나무 절구통과 직경이 두어 자 남짓한 돌 절구통이 놓여 있는 곳이었다.

나와 동생 둘이 함께 공부하고 잠자던 아랫방은 마구간과 벽을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밤이면 잠들지 않은 소가 쿵쿵 벽면을 들이 받기도 하고 송아지가 밖으로라도 나갔는지 제 새끼를 불러대는 울음소리가 공부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런 작은 방이었는데도 아주 좁은 집에 살던 이웃집 친구 두엇이 밤이 되면 항상 우리 형제 셋이 잠을 자는 아랫방으로 끼어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 방에서 공부하고 잠자고 때로는 장난질 하며 자랐다. 변소 간은 마당을 가로질러 30여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앞으로는 대나무 숲이 있어 무섭기가 그지없었다.

밤이면 꼭 누군가 대동하지 않고서는 무서워서 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우리 형제들은 그것도 품앗이가 돼 살짝 흔들기만 해도 바로 따라 나서줬다. 물론 시대적 환경이었지만 집이 작다고 해, 집안의 시설이 조금 불비하다고 해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배고픈 것이 서러운 것이고 배우고 싶어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이 불행이었을 뿐이다. 천하제일의 고승이 어디 불국사나 화엄사 같이 대궐 같은 절에서 공부하고 깨우쳤다든가. 산중 토굴에서 또는 두어 평 남짓한 산중 암자에서 면벽수행(面壁修行)으로 득도했다 하지 않던가. 세계적으로 많은 정치 지도자나 재벌이라 해서 당초 명문 세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이 아니지 않던가.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달래본다.

또 하나 어느 명강사의 강의가 귓전에 맴돈다. 방이 열 개인 집에서 산다고 해서 밤이면 방마다 한 다리씩 걸치고 잠을 자느냐, 사람이 뭐 문어냐고 언성을 높이던 P강사였다. 아파트를 몇 채씩 소유하고 백여 평이 넘는 아파트에 산다고 해 죽을 때 한 채 팔아서 주머니에 넣고 가느냐고도 했다. 그 분은 과연 몇 평의 아파트에 사는지, 방이 몇 개인 집에 사는지 확인은 안 해 봤지만 말씀만은 옳으신 말씀이었다. 그래서 나는 서울 강북의 변두리 산 밑 작은 아파트에서 산다. 강의 테이프를 사 두고 장거리 운전을 할 때마다 듣곤 했다. 오늘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듣고 싶지만 요즘 생산된 차에는 테이프 삽입구가 없다.

집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생각하는 집은 내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위한 집이 아니라 누구에게 내보이기 위한 집으로 이런 집은 사람이 집의 주인이 아니라 집이 사람의 주인이 되는 꼴이다. 집이란 자산가치가 올라가는 부동산 물건이 아니라 한 가족의 행복한 삶을  담아가는 물리적 장소라는 개념이 올바른 주택개념일 것이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 속에 가족의 지속적인 삶을 담아가는 심리적, 정서적 안정이 깃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집값의 안정을 위한 주택문제는 집을 많이 지어 공급하는 물리적 대책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 삼천리강산 곳곳에 아파트를 촘촘히 지어도 서울 강남의 이 국지적인 아파트값 상승을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집이란 재산증식이나 내외 과시용이 아니라 가족의 행복한 안식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집이란 단순히 주거시설일 뿐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의식개혁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집값 상승의 첫째는 자녀의 교육문제이고, 둘째는 문화와 편의시설이고, 셋째는 과시욕이고, 넷째는 자산매몰 또는 증식이고, 다섯째는 선두그룹의식이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는 별로 인기 없던 시절 강남에 살다가 강남 바람이 불 때 강북으로 빠져줬다. 교통이 편리한데 어디서 살면 어떤가. 오히려 인구가 적고 숲이 많은 쾌적한 변두리나 지방도시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면 밀려난 패자의 역설일까. 이제 날씨 추워지니 집 없는 사람들 걱정이 앞선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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