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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틀딱’ 이라니?칼럼위원 서용태

조선경기 악화로 거제경기가 최악인 시점에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다. 거제의 이십대 젊은이 한 사람이 연약한 몸으로 폐지를 주워 팔아 살아가는 왜소하고 가련한 50대 여인을 묻지 마 폭행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 술이 취했다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보통의 사람들은 개구리 한 마리 죽이는 것도 쉽지 않은 법인데 말이다. 정말 비겁하고 비열한 청년이다. 호기를 주체 하지 못해 힘쓸 대상을 찾는다면 호랑이나 불곰을 찾아 한판 승부를 겨루던지 할 일이지. 연약하고 가련한 여인을 대상으로 삼았다니 분노가 치밀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느 일간신문에 게재한 서울 어느 노인의 기고문을 읽었다. 기고문의 요지는 이러했다. 지하철을 탔더니 경로석에 이십대의 청년 둘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게 했다. 이 청년 중 한 명이 일어나 나가면서 하는 말이다. ‘세금이나 축내는 틀딱 주제에’라는 그들의 볼멘소리를 이 노인이 듣게 됐다. 세금을 축낸다는 비아냥거림은 알겠는데 ‘틀딱’이라는 말을 알 수가 없어 집에 돌아와 손주를 통해 그 말뜻을 알아내고는 그날 밤은 분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틀딱’이라는 말의 뜻은 틀니를 해 말할 때마다 ‘딱, 딱’하는 소리를 내는 노인들을 비하하는 그들만의 은어였던 것이다.

우리 앞에 서 있는 어르신들이 누구인가. 화성에서 온 외계인인가, 아니면 남의 나라에서 온 이방인인가. 바로 우리들의 어버이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니던가. 지금의 70·80대 어르신들은 우리가 외면하고 비하할 대상이 아니다. 이분들이야말로 백척간두에 선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각오로 공산적과 싸워 구했고, 전후 세계 최빈국의 이 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우뚝 올려 세운 영웅들이시다.

이 땅의 청년들에게 묻고 싶다. 너희들은 한번이라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적과 싸운  적이 있는가. 젊어는 보았지만 늙어본 적이 있는가. 자식을 죽도록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손주를 업고 안고 사랑해 본적이 있는가.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를 캐고, 나무껍질을 벗겨와 그것으로 죽을 쑤어서 가족의 생명을 지켜낸 경험이 있는가. 이제 경제력도 떨어지고, 힘도 없고, 기백도 사라진 노인이라 ‘틀딱’이라 비하하면 배은망덕도 그런 배은망덕이 없는 것이다.

잠시 지면을 빌려 지금 60대인 장년층이 어르신들을 어떻게 예우해 왔는지 회고해 보고자 한다. 주법은 아버지에게서 배웠으며, 담배를 피우다가도 어르신이 가까이 보이면 돌아서서 얼른 땅바닥에 버리고 비벼 껐다. 어르신들이 버스에 오르면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으며, 심지어 어른들 앞에서 물을 마실 때에도 얼굴을 돌려 겸손하게 마셨다. 어르신들을 대할 때 정중한 인사는 기본이며 그 눈빛을 바로 보지도 않았다. 지금의 청년들이 필자의 이글을 보면서 옛날이야기 하는 노인이라 비아냥거리며 비하할 것인가, 아니면 조선시대 이야기라고 폄하할 것인가. 지금의 60대가 청년이었던 그 시절에는 적어도 상하 질서가 있었고, 부모님과 스승을 존경할 줄 알았으며, 잔인하지 않았으며, 버릇없는 사람이 적었다.

앞서 필자는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근본은 한 가지도 변한 게 없으며, 다만 세상 살기가 편리해졌을 뿐이라는 요지의 칼럼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필자가 공직에 현직으로 근무할 때, 6.25기념식에 참석한 참전유공자인 노병들의 기개를 보고 가슴 찡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노병들이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하시는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지금이라도 전장에 나가 싸울 자신이 있다”라고 말하는 노병의 눈빛과 얼굴에서 비장한 기개가 엿보였던 것이다.

모든 청소년이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노인을 비하하고 외면하는 그런 방향으로 세태가 점점 기울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다. 청년들이 어르신들을 ‘틀딱’이라고 비아냥거리며, 길거리에서 묻지 마 폭행의 대상으로 삼는 세태의 일면이 그러한 사회현상의 단면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마음을 진정시켜 차분히 풀어가야 할 글임에도 다소 격한 감정이 문장 곳곳에 드러나 있어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독자 여러분의 넓은 이해 있으시기 바랍니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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