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중앙칼럼/황금 개띠 해를 보내며칼럼위원 이금숙

한 장의 달력이 남는 12월은 무엇엔가 쫓기는 것처럼 마음이 바쁘다.
무술년 황금 개띠해를 맞이했다며 환호성 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계절은 벌써 네 번째 옷을 갈아입고 우리들 앞에 섰다. 어려운 경기 여파로 모든 것이 움츠러든 탓에 한 창 캐롤송이 울려 퍼질 거리엔 적막감만 감돌고 연말연시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 거제지역 문화예술계 역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끊기면서 연말을 맞아 단위 단체마다 연간집 한권 내는 것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내가 몸담고 있는 거제문협이 거제문학 38집을 펴내고 연초면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예전 같으면 수협뷔페나 고현의 웨딩블랑 같은 곳에서 내빈들을 초청해 준비했던 출판기념회를 올해는 예산을 아껴보자는 명목으로 과감하게 장소를 라이브 무대가 있는 작은 레스토랑으로 바꾸어 보았다. 회원끼리 모여 단출하게 시작한 출판기념회는 시낭송과 축하 연주와 더불어 우리들만의 작은 문학행사로 끝이 났다. 예산도 예년의 절반밖에 들지 않았고 썰렁했던 뷔페 분위기보다 훨씬 아늑하고 정감이 가는 행사로 회원들 모두 만족해했다.

하지만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문협을 비롯한 거제도내 예술단체들이 공연활동과 전시행사를 함에 있어서 모두들 예산문제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경기불황이 협력업체는 물론, 지역 상권까지도 옥죄는 바람에 후원자는 물론, 광고 하나 받기도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요즘은 시나 도의 경남문예진흥기금 일부를 지원받아 펴내는 책 한권조차도 정산문제나 지원금신청에 있어서 까다롭고 프로그램 접근이 어려워 포기해 버리기가 일쑤다. 말로는 보조금 주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도 하겠지만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들이 예산을 따오는 데는 그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제 누군가 사무실에 와서 예술단체 회장을 하고 싶어도 실무를 맡아 줄 국장이 없어서 엄두를 못내겠다고 했다. 까다로운 업무가 발목을 잡아서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란다. 각박한 현실 때문에 아무리 봉사라 해도 돈쓰는 회장 자리는 이제 하지 않으려 한다. 머리 아프고 스트레스 받는 일을 누가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예술단체뿐만이 아니라 국제봉사단체들의 경우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질적 팽창보다 양적 팽창이 앞서는 바람에 예전의 품격 높은 단체가 아니라 대중적 단체로 보편화 돼버린 것이다. 열정도 식고, 환경도 달라진 소속의 사람들을 대하면서 나 역시도 자꾸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연말이 오면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버려야 할 것들은 버려야 하는데도 마음은 무언가를 붙잡으려 아등바등하고 있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듯 삶에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님 끝내지 못한 그리움들, 연민들 때문일까.

내년에는 복을 불러오는 돼지해를 맞아 거제가, 문화예술계가 모두가 풍성해지기를 소망해 본다.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웃음을 잃지 말고 살다보면 좋은 때가 온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새해엔 오뚝이의 삶을,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베풂의 삶을,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이기를 기원한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저작권자 © 거제중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거제중앙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