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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20년 만에 주인 찾기 ‘시동’…현대重·산은 MOU 체결

합작법인 설립해 운영키로
국내조선업 빅3→빅2 개편
추가 인력 감축 우려 팽배
노조, 동종업계 매각 반대
지역사회 ‘쇼크·멘붕’ 상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제지역은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전격적인 발표에 무성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주인 찾기’와 ‘고용불안’이라는 두 가지 쟁점으로 압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 매각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조건부 인수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 인수합병과 달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현물출자 관련 복잡성으로 공개 매각절차로 거래 추진이 불가능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잠정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먼저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존의 현대중공업을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분할시킨다. 이어 분할한 투자부문을 그룹 내 중간지주회사 격인 조선통합법인으로 만들어 상장회사로 남기고, 사업부문은 현대중공업으로 사명을 정해 비상장회사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시가 2조1000억원 상당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조선통합법인에 넘기는 대신 법인의 신규발행 주식 약 18%를 받을 전망이다. 이 경우 산은은 26%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에 이은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계획대로 계약이 이루어질 경우 이 법인은 기존의 현대중공업(사업부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해 대우조선해양까지 총 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메머드급 조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날 이 회장은 “산업은행 측은 채권단 차원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고 민간 주주의 책임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면서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후발주자들의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당경쟁, 중복투자 등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빅2 체제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삼성중공업 측에도 투자제안서를 전달했다. 삼성중공업이 회신 기한인 오는 28일까지 제안서를 내면 산은은 다음달 4일까지 제안서를 평가해 인수자를 결정하고, 나흘 뒤인 8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의 계약은 조건부로 삼성중공업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기존 계약은 무효가 되고 삼성중공업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검토할 시간이 촉박하고,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선업을 키울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점 등에 따라 불참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 새주인 찾을 수 있을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들어간 이후 20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될 전망이다.
그간 산업은행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려 했다. 그러나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여러 국내 기업이 눈독을 들였지만 매듭을 짓지 못했다. 2008년에는 공개 매각을 통해 인수자 찾기에 나섰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는 등 매각은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 2009년 금융위기에 이어 2010년부터 조선업황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5년 상반기에 3조2000억원의 영업손실과 함께 당시 경영진이 수조원대의 분식회계와 방만한 경영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병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유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교체되거나 사퇴압박을 받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결국 2015년 4조2000억원의 대우조선 지원이 결정됐다. 2016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게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자구계획안을 통한 혹독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당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거제지역 자살률도 두 배 가까이 급증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구안을 이행하며 경영정상화에 한 발씩 다가갔다.

지난 2017년에는 영업이익 7330억원을 기록하며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또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수주 잔량은 단일 조선소 기준 세계 최다를 기록했으며, 특히 약속한 자구안을 초과 달성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물을 낳고 있다.

이에 힘입어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이후 중단된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4년 만에 재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보도 자료를 통해 선발된 58명에 대한 입문교육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결정되면서, 대우조선은 19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중공업, 왜 대우조선 인수 나섰나
한편 현대중공업의 인수 의도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조선산업 재건과 경쟁력 확보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주주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설을 앞두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내부 입장을 밝혔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일 담화문을 통해 “중국과 일본 업체들은 국내 빅3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안 통합과 합병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집중했다”며 “이제는 우리도 어떤 형태로든 산업 전체 경쟁력 회복과 재도약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해 서로 윈윈 방식으로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라며 “합작법인은 4곳의 조선사를 아우르는 일종의 조정역할을 할 것이며, 이러한 체제가 확립되면 각 사의 부족한 점을 상호 보완해 모든 회사가 고르게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새어 나오고 있다. 현대노조 측은 정 이사장의 입김 여부에 대해 의심 아닌 확신을 하고 있다.현대노조는 그룹 최대 주주와 정부의 보이지 않은 커넥션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주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물론 사적 편취를 위해 노조를 배제한 채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향후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한편 정부 주도로 이번 계약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짐작도 있다. 산업은행이 공개입찰로 진행할 경우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국가 기간산업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해, 정부 등이 현대중공업을 인수처로 낙점했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글로벌 1·2위 조선사의 합병이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진행된 점도 정부 개입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말부터 산업은행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조영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인수 과정은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어느 한쪽이 강제로 진행한 사안이 아니다”며 “조선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양측이 함께 고민한 가운데 계약에 합의했다”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의 전망은
두 조선사의 빅딜과 맞물려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 섞인 다양한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우선 그간 조선 산업 수익성을 깎아 먹는 요인으로 지목돼온 글로벌 수주시장 과당 출혈경쟁이 줄어 선박가격은 올라갈 것이란 게 대체적 평가다.

양사가 통합하면 선박 건조 기술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가장 기대되는 변화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부분재액화기술의 공유이다. 이 기술은 LNG운반선 화물창에서 자연적으로 기화되는 가스(BOG)를 다시 액화시켜 선박의 연료로 활용하는 과정에 사용되며, 두 회사는 2014년부터 이 기술을 놓고 소송을 벌여왔다.

그러나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은 동종업계 기업 간 합병이다 보니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인력감축이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상당 부분 인력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라며 인위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업은행의 기습매각 발표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지회장 신상기·이하 대우노조)는 지난달 31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은 일방적 매각절차를 중단하고, 노조의 참여 속에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대우노조는 “동종사에게 매각하는 것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매각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불응 시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 매각은 노동자를 넘어 25만 거제시민의 생존권이 달린 중대한 문제다. 거제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바란다”며 “지금까지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노조와 책임 있는 매각 협의체를 구성해 바람직한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당초 같은날 진행하려던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무기한 연기하며 인수합병에 반발했다. 현대노조는 “경영이 어렵다고 난리를 치더니 갑자기 인수전에 나선다고 하니 배신감을 느낀다”며 “특히 이 같은 중대한 사안을 첩보작전처럼 은밀하게 추진, 결정한 것에 구성원들은 허탈감에 휩싸였다. 중앙쟁대위와 대의원간담회를 한 뒤 향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측 노조의 반발이 총파업 등으로 이어질 경우 이번 인수합병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사회 분위기는
지역사회도 ‘쇼크’ 상태다. 대우조선이 언젠가는 주인을 찾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급격히 진행될 줄은 몰랐다는 분위기다. 특히 동종사 인수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지역경기의 붕괴 조짐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거제시는 대우조선노조와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고용안정 보장을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며 “시민들과 힘을 모아 경남도와 산업은행, 정치권 등에 시의 입장을 전달토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한표 국회의원은 “이번 소식으로 가장 걱정과 근심이 큰 쪽은 거제지역 시민일 것이다”며 “앞으로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 최대한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쪽으로 의정을 펼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손호재 거제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참으로 복잡한 상황이다. 조선업이 회복돼 거제지역이 살아나야 한다는 대명분 아래 많은 고민이 뒤따르는 문제”라며 “현대와 대우가 손을 잡는다면 업계가 한쪽으로 급격히 쏠릴 것이다. 독주 체제에서는 기술 발전이 오히려 더딘 점도 염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빅2 체제로 전환 시 가격 경쟁력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현대가 대우를 흡수하면 아무래도 본가자식을 먼저 챙길 것”이라며 “독과점을 막으려는 일본 등 주변국들의 견제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에 40여년간 몸담았던 이영춘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상임이사는 “3강 체제의 국내 조선업계는 그간 밥그릇 싸움으로 서로 피해를 보는 형국이었다. 지난 2013~2014년 드립쉽 수주를 놓고 경쟁을 벌이다 7억5000만불의 가격이 5억5000만불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우조선은 분명 주인을 찾는 것이 맞다. 심지어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지금의 방향이 지당하다고 본다. 빅2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용문제로 많은 분들이 염려를 하시는 것도 알지만, 조선업 자체의 경쟁력이 없으면 고용도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주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태구(31)씨는 “몇 년 전부터 대우조선이 인수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긴 했지만, 너무 급격하게 상황이 흘러간다”며 “작년부터 조금씩 조선경기가 회복되고 있어 무너진 지역경기에 숨통이 트나 했는데, 더 큰 변수가 생겼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는 강필만(58)씨도 “설 명절 전에 갑작스레 터져 나온 뉴스에 근로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동종 업계에 넘어가게 되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강성용 기자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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