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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몽돌 구르는 소리이승열 전 거제교육장

지금도 거제시를 배를 타고 들어가는 고립된 섬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만난 적도 있는데, 그분들은 대체로 먹고살기 바빠서 다른 동네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분들이다. 그분들을 뺀, 거제를 아는 사람들은 조선소와 몽돌해변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근대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던 60년대, 망치해변에서 부산까지 건설용 자재로 배 800척 분량의 망치해변 몽돌을 실어갔는데 실제로는 1,000척 넘게 갔는지도 알 길이 없다며 그 해변에서 수십 년간 몽돌지킴이 역할을 해 오고 있는 J씨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신음처럼 말했다. 동네의 시멘트 공사에 예사로 몽돌이 쓰였고 정원의 경계석에도 몽돌이 박혔다. 몽돌은 공기와 같아서 무한정한 공공재였을 뿐 소중한 자산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였으니 옛사람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몽돌이란 파도나 해류의 영향으로 돌들이 닳아서 동글동글해진 돌을 일컫는다. 외지인들은 몽돌 하면 학동을 연상하지만 망치나 농소 등의 몽돌들도 각기 나름의 풍취를 지니고 있다. 까맣고 주먹보다 조금 큰 크기의 매끄러운 돌을 으뜸으로 치지만 곱게 보면 다 예쁘고 그냥 보면 그냥 돌일 뿐이다. 하여튼 학동, 망치, 농소, 해금강의 몽돌해변은 모래라고는 한 톨도 없다. 해수욕을 즐기고 난 후 모래 씻어내느라 수고를 안 해도 된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이지만 몇 걸음 안 들어가도 갑자기 깊어져서 아이들 데리고 놀기에는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바로 그 가파른 바닥 경사와 몽돌이 만들어지는 과정과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나는 그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얼마나 바닷물에 시달렸기에 저렇게 닳고 닳았을까 싶어 망치에서 대대로 낚싯배를 모는 J씨에게 물어보았다. 얼마나 걸린다고 생각하는가. 단 태풍 한 번의 시간이란다. 놀라운 일이다.

파도와 파도 사이를 마루라 부르는데, 바람과 해류에 따라 그 크기와 파장은 달라진다. 육지에 가까이 올수록 파도의 바닥 저항력이 증가함에 따라 파도는 부서진다. 그때 파도에너지가 방출되어 자갈이나 모래를 앞뒤로 나르는데 파도의 안쪽에서는 물 입자들이 위아래와 앞뒤로 원운동을 하게 되며 경사가 급할수록 운동에너지는 많아진다고 책에 씌어 져 있었다.

이것은 망치에서 몽돌을 지키는 현지인이 한 말과 다를 바가 없다. 뾰족하고 불규칙한 잡석은 이런 원리에 따라 태풍의 거센 파도에 휩쓸여 물밑에서 서로 비비고 뭉개고 갈며 몽돌이 되어가는데 태풍이 끝나고 잔잔해진 후에는 저절로 원래 그 자리에 몽돌이 되어 자리 잡는다. 그러나 유실된 몽돌을 채우는 일은 지난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몽돌해변에서 퍼 오는 것은 젖은 발에 오줌 누는 격이고, 돌을 기계로 연마하여 몽돌로 만들어 채우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은 바다에 맡기며 식은 죽 먹기라고 J씨는 말했다. 발파석이든 잡석이든 해변에 깔아 두고 태풍 한두 개와 수십 번의 폭풍의 시간만 보내면 파도가 그렇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그러니까 2~3년 만에 몽돌로 만들어 준다는 주장이다. 과학적인 입증을 요구한다면 돌에 인식표를 붙이거나 인식 칩을 넣어서 확인해봐야겠지만 그 실험은 무용하다.

이런 자연 현상은 대대로 이어서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말이 대체로 맞다는 것을 우리들은 안다. 거기다 파도의 운동에너지에 대한 해양학자의 이론을 더하면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된다. 그런데 이쯤 오면 직업병이 도진다. 돌이 돌을 그렇게 만들 듯이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작업이 바로 교육이고 거친 파도가 있는 바다는 학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몽돌을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모양과 색깔을 지니고 있다. 현무암은 붉은색이나 갈색을 띠고, 줄무늬가 있으면 편마암일 가능성이 큰데, 해변에 깔린 몽돌은 크기와 모양과 색깔이 다 다르다.

그런데 아이들도 그렇다. 다들 외모도 다르고 취미도 다를 뿐만 아니라 적성과 소질도 다르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다 귀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학교는 지식만을 습득하는 곳은 아니다. 상대방과 부딪치고 비비고 갈며 몽돌이 되어 가는 이치와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스스로 깨닫고 익힌다.

몽돌 지킴이가 수십 년 동안 사람의 이기적인 소유욕과 탐욕으로부터 몽돌을 지켜가면서도 정작 잡석이 몽돌이 되는 과정에는 조바심을 내지도, 개입하지도 않는다. 교육도 그리되어야 한다. 최근에 배움 중심 수업이 인정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이제야 겨우 그 이치를 알게 되었지만, 자연은 본래 태고부터 그랬다. 기계로 연마하여 똑같은 몽돌로 만들지 않듯이 아이들에게 지식을 억지로 주입해 똑같은 사람으로 만들면 안 된다. 그냥 파도에 맡기듯이 단지 거들고 격려하며 칭찬하되, 방향을 제시하며 같은 곳을 보면서 함께 나아가는 것이 교육이다. 망치몽돌 해변가에는 오늘도 몽돌 구르는 소리가 난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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