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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의전(儀典)이 만사(萬事)다칼럼위원 옥형길

의전儀典이란 의식儀式, 즉 예의禮義를 갖추는 법法이라 했다. 예의를 갖추려는 행동이 의전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 모두가 의전 아닌 게 없다. 그런데도 의전이라면 특별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행하여지는 것 인양 매우 존엄尊嚴해 보인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두가 의전이다. 삶에 의전 아닌 게 없다. 의전이 별게 아니다. 혼자 움직일 때도, 여러 사람이 함께할 때도 모든 언행言行이 의전이다. 이는 우리의 일거일동이 모두 이 예의禮儀에 근거하고 있으며, 삶의 모든 과정이 의식儀式이며, 삼강오륜三綱五倫이 모두 예禮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서 예를 빼면 이는 짐승이나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적인 우리 생활 모두가 의전, 즉 의식儀式이라고 의식意識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왼쪽으로 차는 오른쪽으로 이는 보행예의다. 그러므로 보행의전이라 할 것이다. 어른과 젊은이가 길을 걸어도 어른이 앞서고 젊은이는 한 걸음 뒤를 따라야 한다. 계급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걸을 때도 또한 같다. 이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의전이다. 가족끼리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데도 예의가 있다. 제일 연장자는 어디에 앉게 할 것인가. 문중 모임이라면 연장자를 상석에 모실 것인가 아니면 항렬이 높은 분을 윗자리에 모실 것인가.

동창회, 종친회, 향인회 등의 모임에도 의전이 따른다. 누구에게 축사를 하게하고 누구에게는 격려사를 하게하고 누구에게는 건배사를 하게 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같은 국회의원을 지내신 분이라도 선후가 있고 연장年長이 있으며 장관을 지내신 분이라도 서열이 있게 마련이니 이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회의장의 좌석 배치도 그렇고 내빈 소개의 순서도 그렇다. 이런 일들이 질서 있게 진행될 때 행사는 성공적이고 모두가 기분 좋은 결과로 끝난다. 그러나 의전이 꼬이게 되면 뒤끝이 매끄럽지 못하고 후유증이 오래간다. 의전에 실수가 없어야 뒤끝이 가볍고 이후의 관계가 편하다.

오래 전 이야기다. 어느 자치단체의 행사장에서였다. 그곳 자치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은 극도의 앙숙관계였다. 의원님이 걸핏하면 찾아와 현안사항의 브리핑을 요구하는 등 지나친 갑질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갈라놓았다. 그런 관계로 자치단체장이 주관하는 지역단위의 행사에 의원을 초대하지 않았고 단상에는 의원의 자리를 배치하지 않았다. 축사의 차례도 주지 않았다. 자진 참석한 의원은 단상에 올라가 두리번거리다가 자기 자리가 없자 제일 앞자리에 앉아 버렸다. 그로 인하여 여러 내빈들의 지정석이 흔들려 버렸다. 단체장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낙아 채듯 마이크를 쥐고 축사도 해 버렸다. 행사장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의전은 감정을 엿 먹이는 방편이 아니다. 의전은 자기 위주이기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의전의 예를 받지 못할 자리라면 가지 않으면 된다. 큰 행사의 의전은 대중의 환시環視 속에 진행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잘못되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뒷이야기 또한 방방곡곡 무성해 진다.

의전과 거래는 구분되어야 한다. 서로 필요해서 초대를 하고 자리를 마련했다면 만남의 예에는 격格과 격식格式을 갖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거래는 서로의 계산이 맞지 않으면 결렬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국가 원수들 간의 만남에 있어 이 의전에 대한 뒷얘기가 무성하다. 누가 공항 영접을 나갔느냐 에서부터 시작되는 의전은 정상간 만나서 악수하는 데서부터 실랑이가 벌어진다. 어느 정상에게는 몇 십 초간 긴 악수를 하였고 또 다른 정상에게는 그냥 슬쩍 손을 가져다 붙이기만 했다느니, 쥐는 손에 얼마나 악력握力을 넣었느냐, 손을 잡고 끌어 당겼느냐, 팔을 크게 흔들었느냐, 옆구리를 감싸 안았느냐, 또는 상대방의 어깨를 툭툭 쳤는가, 이런 작은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가십거리가 되고 그 의미가 무엇인가가 논평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상대를 가볍게 본 것이라느니 또는 위압감을 주어 회담의 기선을 잡으려는 기氣싸움이라느니 평가도 가지가지다.

악수握手란 친밀함과 화해의 뜻으로 서로의 손을 마주 잡는 서양식 예의라는 것이 사전적 의미지만 지금은 동서양 모두의 국제적 인사법이 되고 있다. 악수란 쥘 악握, 손 수手자로 손을 쥔다는 뜻이다. 서로 손을 가볍게 그리고 따뜻하게 잡는 것이 의전의 예일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마주하는 서로의 마음이 따뜻해야 하고 그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야할 것이다.

의전은 평등하게 베풀어 져야 한다. 그런데 의전은 항상 강자에게 유리하게 진행된다. 약자를 얕잡아 무시하고  깔아뭉개려고만 하면 당한 약자가 기분이 뒤틀려서 어찌 몽니를 부리지 않겠는가. 의전이 좋아야 호감을 갖게 되고 호감을 갖게 되면 내편이 되고 내편이 되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게 되는 것이다.

인간사 개인의 행동거지에서부터 국가 간 정상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가 예의를 바탕으로 하는 의전 아닌 게 없으니 격과 격식에 어긋남이 없는 따뜻한 의전, 누구에게도 소홀함이 없는 배려의 의전, 이것이 개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조직을 안정되게하고 나아가 세계평화의 바탕이 될 것이니 어찌 의전이 만사가 아니겠는가.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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