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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 4000만석·40년·4000만원칼럼위원 옥형길

1970년 필립핀 국제미작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파견되었던 육종학자 허문회(許文會) 박사에 의하여 개발된 IR667, 소위 통일벼는 획기적인 다수확 품종으로 우리나라의 전 농가에 보급되었다. 

전통적인 재래품종에 익숙한 농민들은 이 다수확 신품종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수확량은 많다고 하나 미질(米質)이 좋지 않아 밥맛이 없고, 볏짚이 짧아 새끼를 꼬거나 가축의 사료로도 이용가치가 낮다는 것이 거부의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춘궁기가 되면 절량농가에서는 밥을 굶는 판에 밥맛 따질 때이던가. 정부의 보급 정책은 강력하고 강압적이었다. 각 급 단위의 농민교육을 통하여 미질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주지시키며 보급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로서는 기아에서 벗어나게 하는 민생고의 해결보다도 더 시급한 정책이 어디 있던가. 

볍씨의 침종에서부터 파종한 못자리 까지 확인하며 통일벼가 아닌 일반 볍씨의 파종을 막는데 전 행정력이 동원되었다. 정부 시책에 따르지 않는 마을에는 임산물 단속이나 밀주단속을 강화하여 은근한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여기저기서 농민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아마도 공무원들이 몰매를 맞았을 것이다. 

마침내 1977년 11월 농촌진흥청장은 전 농촌지도직 공무원에게 보름 달 만큼이나 크고 둥근 기념 동판을 내렸다. ‘쌀 생산 세계최고 기록, 4000만석 돌파, 녹색혁명 성공, 1977’ 직경 27cm의 동판에 양각된 글귀들이다. 한반도가 부각된 지구의를 밟고 선, 온 국민들이 두 손을 뻔쩍 들어 환호하는 형상도 양각되어 있다. 나는 이 동판을 지금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왜냐면 나 또한 바로 그 녹색혁명의 성공을 이끈 최 일선의 전사(戰士)였으니까. 

이와는 별도로 농업직 전 공무원에게 주머니용 라디오 한 대씩이 내려졌다. 농수산부 장관이 내린 격려의 선물이었다. 식량자급을 이룬 대통령의 마음이 얼마나 흐뭇했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대통령께서는 이제 쌀 막걸리를 마셔도 된다고 허락했다. 우리도 이제 식량의 자급자족을 이루었다고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다. 나는 이 동판을 볼 때마다 그 활기찬 날들의 감격스러운 마음이 지금도 되살아 오른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났다. 이제 농가의 평균 소득이 4000만원을 넘어 섰다고 한다. 실제 농가에서 체감하는 수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도시의 봉급생활자나 일반 공무원의 급여 수준이 아닌가 싶다. 물론 쌀 4000만석 돌파 때처럼 기뻐 뛸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60~70년대에 비하면 대단한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여기까지 끌어 올리느라고 우리 농촌을 지켜온 어르신들의 꺾어진 허리를 생각하면 가슴 아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또한 농가소득이 현재의 수준을 바탕으로 점점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농업정책의 흔들림이나 방관으로 추락하거나 정체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의 마음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농촌 살리기 정책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동안 정부의 많은 정책 지원이 있었다. 농촌 개발 사업이나 영농자금의 투입은 물론 소득 작목의 개발 보급, 청년 귀농의 권장과 정착자금의 지원, 기술지도 등도 꾸준히 이어졌다. 마을길의 확포장과 하천의 정비, 경지정리, 마을회관과 공동창고의 건립지원. 시골버스운행, 의료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불편해소와 생활의 향상을 위한 정책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보도에 의하면 내년도 정부의 농업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4% 줄고 농업 취업자 또한 향후 10년간 매년 2%씩 줄어들 전망이라고 하니 이는 다시 농촌의 침체를 우려하게 하는 대목이다. 
농촌은 점차 고령화 되고 인구는 줄어들어 좀처럼 활기를 되찾기 어려운 사회다. 농촌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귀농에 의한 젊은 농부들이 계속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촌소득과 환경의 도농 간 격차를 해소하고 여유로운 농촌생활 기반조성으로 도시 지향적 흐름에 역류를 일으켜 본능적 귀향 회기를 유발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소득 작목의 개발도 중요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 귀농 인들에 의해 새로운 소득 작목이 도입되고 컴퓨터에 의한 영농의 자동화 시스템 구축, 인터넷에 의한 생산품의 직거래로 발전되면서 도농都農간 원활한 소통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전 국토도로망의 건설로 한나절 생활권이 되면서 우리 농촌에도 이제 인구의 유입과 귀농인의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국민들의 식생활과 기호를 충족시켜 줄 다양한 먹거리의 개발과 지금껏 보지 못한 외국 농작물의 도입 또한 농가소득을 높여 줄 중요한 품목들이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재래 토종곤충으로 안전성이 확보된 장수풍뎅이, 누에, 거저리 등 곤충 14종을 가축으로 분류하여 곤충사육농가도 축산농가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축산법을 개정 고시하였다니 이 또한 농업의 다양성으로 소득증대에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외래 작물을 도입함에 있어서는 신중한 검토와 도입과정에서 엄격한 검역 등의 안전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작은 해충 한 마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등이 묻어오게 되면 솔잎혹파리나 재선충, 미국흰불나방 등과 같은 엄청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는 사람과 동물이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농가소득 4000만원 돌파에 환호를 보낸다. 머지않아 농촌에도 젊은 세대들에 의한 삶의 활기가 넘칠 것이다. 다시 40년 후가 기대된다. 

거제중앙신문  skok@geo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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