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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속에서반평원 시인
새벽부터 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다. 매일 아침운동으로 약수터까지 갔다오는 등산로는 미끄러울 것 같다. 우산을 쓰고 가까운 운동장 외곽도로를 따라 걷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몇몇 사람이 우산을 받쳐 쓰고 걷고 있다. 운동장 주변의 조경수는 수형이 아름답다. 경허 스님의 “모양이 곧으면 그림자도 곧다”는 말씀과 같이 비에 젖고 있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가까이 서서 본다. 나뭇잎이 비를 맞고 기분이 좋은 듯 미동(微動)한다. 우산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토닥토닥 빨랐다가 느리기도 하고 강하게 혹은 약하게 소리를 낸다.
나는 우산 끝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

토닥토닥 빗소리는 세속잡사에 찌든 마음까지도 우려내고 사색을 맑게 한다. 우산을 가볍게 흔들어본다. 우산은 비를 가리는 용도지만 쓰는 사람이나 그 모습 그 장소에 따라 멋이 달라진다.
이슬비 내리는 아침 길을 빨강우산 파랑우산 찢어진 우산이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간다는 그 동요는 모습을 연상만 해도 아름답다.

가을비가 오는 날 오솔길을 연인이 우산을 마주잡고 대화를 나누며 걸어간다면 이것은 얼마나 사랑스러운 모습인가.

우산이 귀하던 50년대 말에 우리 집에는 아버지만 쓰시는 검정색 비단 우산이 있었다. 중절모에 하얀 모시옷을 입으시고 맑은 날에도 죽장(竹杖)처럼 들고 다니시던 우산은 사대부(士大夫)의 장신구이기도 했었다.

나는 비오는 아침에 타원형의 운동장 외곽도로를 몇 바퀴 채 돌고 있다. 돌고 돈다는 것은 우주 만물의 법칙이고 조화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오늘은 공직생활의 정년을 맞는 K친구의 퇴임식이 있는 날이다. 공무원은 임용될 때에 주민에게 봉사할 의무와 국가의 질서를 유지해야할 권리를 부여받는다.

이것을 한 개의 우산으로 지급받았다고 가정(假定)할 때 비바람을 맞고 추위에 떨고있는 시민을 보호하는 우산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다했는가를, 아니면 혼자쓰고 다니는 것으로, 또 아니면 시민을 겁주고 위협하는 물건으로 활용되지는 안했는가를 생각해봐야한다.

오늘 모든 것을 반납하고 돌아갈 것이다.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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